박소현 개인전 ‘부분의 부분’ 27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펄
박소현 개인전 ‘부분의 부분’ 27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펄
  • 황인옥
  • 승인 2023.10.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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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확대한 풍경…당신은 제대로 보고 있나요
사진 픽셀될 때까지 확대·분할
점에 가까운 드로잉으로 작업
깊으면서 몽환적 분위기 눈길
박소현작-New Pixels
박소현 작 ‘New Pixels’ 아트스페이스 펄 제공

박소현 작가는 생물학의 세포분열이 미술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변하는 것같다. 그는 풍경 사진 한 장을 무한증식해서 미술 작업으로 표현하는 시스템을 2019년부터 구축해왔다. 비결은 쪼개서 확대하기다. 모바일에 저장된 사진의 일부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식으로 풍경을 증식하는 방식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로 확대하면, 픽셀화 된 형태만 남는다. 네모난 픽셀의 조합에선 애초의 풍경은 감지하기 어렵게 되고, 개괄적인 분위기 정도만 전달된다.

“포토샵에서 사진을 보정하기 위해 확대했는데 보이지 않던 배경이나 점 같은 것들이 보였어요.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부분을 확대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박소현 개인전 ‘부분의 부분’전이 한창인 아트스페이스 펄에 전시된 작품들은 가족들과 다녀온 장소의 풍경의 부분들이다. 붉은 산을 촬영한 풍경을 분할해 그린 작품 12여점이다. 그의 작업에서 추출되는 핵심 개념은 사진의 분할과 확대다.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어서,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과 함께 분할이 진행된다.

“풍경에 대상을 빼거나 분위기를 더하거나 하는 등의 재구성과 재해석을 가하죠. 제 감성과 상상이 더해지는 것이죠.”

극강의 확대는 대상에 대한 인식을 모호하게 하지만,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도 하는 작용도 한다. 그는 ‘확대’라는 행위를 통해 “진정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부분의 확대로 보이지 않던 것까지 보이게 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상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편견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는 확대를 통해 대상을 직시하며 편견을 걷어내려 시도한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마련인데, 저는 그런 편견을 확대를 통해 걷어내고자 했어요. 대상을 더 진실 되게 보고 싶었던 것이죠.”

붉은산을 형상화 했다는 정보를 듣고 화면을 보면 상상 밖에 흥미진진하다. 풀이나 바위 등 산의 지엽적인 풍경을 어렴풋하게 감지할 순 있지만 정보가 없다면 그야말로 각자의 상상에 내맡길 뿐이다. 그렇게 구축된 화면에는 몽환과 모호함이 넘쳐난다. 이런 분위기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로 획득된다. 그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불확실성으로 수렴해냈다.

“전체를 보면 부분이 보이지 않고, 부분을 보면 전체를 볼 수 없는 현상”을 일컫는 견해였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정립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개념은 영원과 찰나다. 그는 확대한 장면에서 현재, 즉 찰나의 시간을 느낀다. “확대한 하나의 장면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인생의 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 찰나가 모여 영원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화면에선 확대한 장면의 집합으로 전체를 조망한다. 하지만 그의 강조점은 언제나 ‘현재’에 머문다. “부분은 부분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전체 속에서 보게 되죠. 부분이 곧 인생인 것이죠.”

픽셀화 한 풍경을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색이 진하고 선명해 덧칠하기에 효율적인 불투명 수채물감인 과슈 물감을 사용해 종이에 선을 반복적으로 찍는 것이다. 과슈 물감은 수채화 물감과 비슷하지만 투명성이 조금 더 떨어져 묵직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선을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점에 가까워 전체적인 분위기는 깊고 고요해진다.

선을 겹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면들로 인해 그의 작업은 이견없는 회화다. 하지만 작가는 드로잉으로 분류하고 싶어했다. 국내 미술계에선 드로잉을 회화의 밑 작업 정도로 격하 하기도 하지만, 그는 드로잉이 가지는 특수성에 주목한다. 바로 드로잉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픈 것이다.

“회화는 공간이나 재료 등의 준비과정이 필요하지만 드로잉은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이 자유롭게 느껴졌고, 저하고도 맞는 것 같아 제 작업을 회화보다 드로잉으로 보고 싶어요.”

하나의 풍경을 확대해서 증식하는 작업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확대함으로써 모호함으로 치환하는 지점도 그의 작업이 갖는 매력지점이다. 이처럼 “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는 그의 창작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이런 방식의 작업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전시는 2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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