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최근 일본 엔화 약세의 영향과 대응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최근 일본 엔화 약세의 영향과 대응방안
  • 승인 2023.10.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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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과거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미국 달러화와 함께 가장 선호되는 안전자산 역할을 했던 일본 엔화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달러당 110엔대에서 80엔대로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2016년 2월에 약 120원 수준으로 상승한 후, 금년 10월에는 150엔 수준으로 상승하여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도 금년 9월 19일 오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00엔당 894원대를 기록한 후 10월 24일 현재도 894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러한 엔화가치의 급락을 이용한 ‘엔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결과 금년 상반기에만도 시중은행들의 엔화 환전액이 지난해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엔화 약세가 외환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수출품의 국제경쟁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엔화 약세의 요인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엔화 약세의 요인으로는 먼저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들 수 있다. 일본은 1985년 엔화가 급격하게 평가절상된 ‘플라자합의’ 이후 30년간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정권은 그동안 민간에 발행된 국채를 매입하여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디플레이션을 없애고 2%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한 금융완화 정책(아베노믹스)을 시행하였다. 금년 6월에도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안정적인 2%로 유지하기 위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일본의 통화정책기조가 엔화 약세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오랜 동안 일본의 초저금리(10년물 국채 금리의 0%대) 유지로 미국 등과의 시장 금리 차(2023년 10월 24일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8%)가 확대되어 자금 유출로 이어졌으며, 이는 엔화 수요 감소와 엔화 가치 하락을 초래하였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58%로 1위인 베네수엘라에 이은 세계 2위여서,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한 금융완화는 엔화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달러 부족)도 엔화 약세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엔저’로 늘어난 기업 이익이 일본에 재투자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면서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일본 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회의적인 시각도 엔화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나 고수익이 기대되는 해외의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는 것도 엔화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엔화 약세가 한동안 계속되어 100엔당 900원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년 하반기로 가면서 만일 일본이 ‘제로금리’ 유지를 고수하는 것이 어려워 질 경우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일본의 경제성장 모멘텀이 한국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엔화가 계속 현재와 같은 초약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약세가 현재와 같이 지속되면,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우리의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소재, 부품, 장비)와 같은 품목의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여행수지 적자 폭을 키워 경상수지도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원화가치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리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주요 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환율변동 대응력 강화를 위한 환변동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개별기업들은 ‘엔저’ 장기화에 대비한 제품 차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엔화 약세를 수입단가가 인하된 일본산 소재, 부품, 장비를 도입한 설비투자의 적기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를 대비한 엔화 투자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향후 엔화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1) 엔화가 강세이고 원화가 약세인 경우, (2) 엔화와 원화가 모두 강세이면서 엔화가 원화보다 더 강세일 경우, (3) 엔화와 원화가 모두 약세이면서 원화가 엔화보다 더 약세일 경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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