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부산 학교행정지원청 설립을 축하하며
[교육논단] 부산 학교행정지원청 설립을 축하하며
  • 승인 2023.10.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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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부산에서 처음으로 학교행정지원청이 설립된다. 소위 ‘잡무’로 이야기되는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이기 위해서 내려진 조치다. 일단 방과후학교지원팀, 학교채용지원팀, 학교행정지원팀의 3개의 팀으로 1월에 시작할 예정이란다. 부산은 현장 체감도가 높은 교원 업무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는데 교육청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학교행정지원청이라는 전담 기구 신설에 이례적으로 전 교원단체들이 적극적인 환영을 표하는 한편, 다수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학교행정지원청의 방과후학교지원팀에서는 방과후학교 위탁 강사에 대한 심사, 학교의 시간 이외의 인력 채용 등을 전담하며, 학교채용지원팀은 기간제교사 채용 업무, 배움터지킴이 등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조 인력 채용 지원, 자원봉사자 인력풀 관리 등을 맡는다고 한다. 학교행정지원팀은 학교에서 희망하는 정도에 따라 교사 본연의 수업 및 생활교육 외의 행정 업무, 대리 수행이 가능한 업무, 업무를 이관했을 때 효율성이 더 높은 업무 등에 따라 업무를 이관받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학교 공통의 행정 업무 중에서 이관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협의체도 운영하며 학교행정지원청의 업무를 확대할 예정이다. 더불어 학교행정지원청의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교사의 행정 업무경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1970년대 이후부터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교원의 업무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학교 공문서 감축안’만 해도 벌써 25년도 더 전에 시작된 정책이다. 학교조직의 모든 업무를 행정 그리고 수업 이 둘로 명백하게 구분하기란 사실상 어려움이 존재한다. 수업 활동과 관련성이 있는 행정 업무가 있기도 하고, 행정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수업 활동이 가능한 업무도 있기도 한 까닭이다. 그러한 애매한 특성 때문에 현재 많은 교사는 수업업무와 더불어 필요 이상의 행정 업무를 함께 맡기도 한다.

많은 학자는 교원 업무경감을 연구하면서 교사가 가진 업무부담을 수업 부담, 학생부담, 사무부담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무부담이 분명히 교사의 업무부담 중 하나이기에, 수업업무와 행정 업무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업무경감은 나머지 요소인 교사의 수업력, 학생 지도력 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교원 업무경감이 교사의 전문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학교조직의 효과성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밝혀진바 있다.

만약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데 교사가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이 한 가지 생각만이라도 상상이 되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상 채용 여부, 채용 희망의 현행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인력은행 명단을 확인하면서 곳곳으로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되고, 기간제교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따로 알아놓고 알음알음으로 부탁하여 모시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날짜가 촉박하거나, 충분히 길지 않거나, 맡기 어려운 학년의 학급 담임을 해야 할 경우, 학교 행사가 있는 경우, 학교가 도심지에서 먼 곳에 있을 때 등은 기간제교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결국 기간제 교사를 찾지 못하게 되면 남아 있는 교사들이 비어 있는 시간을 쉬지 못하고 한 시간씩 땜질하듯 수업을 메꾸는 일도 잦다. 이런 일을 이제 앞으로 학교에서 안 해도 된다고? 교육청에서 그걸 해 준다고? 구체적으로 정책이 어떻게 시행될지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아니, 운영의 성패보다도 이러한 선진적인 시도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이라 부러울 뿐이다.

조직변신(Organizational Transformation: OT)은 조직개발의 혁신적인 방안 중 하나다. ‘변신’으로 정의될 만큼 새로운 조직 정비를 말한다. 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며, 몇 가지 기법들이 조직변신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도 조직개발은 꼭 필요한 과제이다. 미래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인재상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교육은 수익성의 경제 활동만 하지 않을 뿐이지 사회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부산의 학교행정지원청이 그러한 조직변신을 선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구시교육청을 비롯한 좀 더 혁신적인 생각으로 업무경감에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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