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소크라테스의 하루
[대구논단] 소크라테스의 하루
  • 승인 2023.10.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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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훈훈한 이미지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보던 배우들이 조사받는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마약의 제조와 유통이 쉽지 않은 나라였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전하는 제조법과 교묘한 방식의 밀반입을 검사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시급한 정부의 대책과 실행이 필요하여 보인다.

하지만 어느 시대도 마찬가지 듯 제도적인 장치에만 의존해서는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국민 의식 변화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일부 뉴스 보도를 보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집중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시간을 삶의 기쁨으로 여기며 존재의 이유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무대 밖 고요한 시간들은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이질적인 환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을 갈구하며 친구들을 만나 자극적인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물론 인터뷰 중 일부 기사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문제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환경…. 바로 어떤 환경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해법이다. 간단히 말하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인지하였다면 그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보다 쉽게 단계별로 설명해 보자.

첫째,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돌아가는 물류 회사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일상에서 하루만이라도 벗어나 오롯이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 보자.

둘째, 조용한 산도 좋고, 경치가 좋은 바닷가 카페도 좋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면, 집 근처 도서관 구석진 책상 위도 좋다. 도착한 그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오늘을 적어보고, 앞으로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환경이라는 공간을 비워둔다. 즉 미래에 도착하기 전 그 공백의 시간에 함께 할 사람들을 적어보라는 말이다. 그 사람들이 진정 나의 꿈, 미래에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무작정 가지 않는다. 마치 경주용 말에게 앞만 보도록 눈가리개를 씌운 듯이 전력 질주만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환경을 경계하고 고요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소크라테스는 생애 대부분을 부인 크산티페와 함께 지내면서 오후에는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났다. 환경의 정의를 내리는 가장 큰 부분은 ‘당신이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함께 산책하고 만나는 친구들의 이름은 몰라도 충분히 그네들의 성품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짐작할 수 있다. 추측건대 주위 환경, 친구들이 소크라테스를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생과 행복에 대하여 글을 쓰고 강연하는 필자 역시도,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환경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문학 모임이다. 10대의 순수한 마음에서 배웠던 시와 문학이 20대의 젊음, 30대의 열정, 40대의 성장, 50대의 성숙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10대에 만났던 선배님들과 30년 이상 함께 곁에서 보고 배운 그 모든 것들이 삶에 녹아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로는 힘들었을, 때로는 주저앉고 싶었던 그 순간들의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에 세상의 파고를 온전히 넘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무엇인가 결핍되었다 느껴진다면, 순간적 오감을 만족시켜줄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서는 안 된다. 결핍을 서서히 충전시켜줄 안전한 환경을 찾을 노력이 필요하다. 호랑이는 배가 고프다고 아무것이나 먹지 않는 것처럼, 당신의 오늘이 외롭더라도 내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도반을 찾으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스펀지에 젖은 소량의 물도 시간이 지나면 전체로 번지듯이 우리는 환경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동반성장, 지속 가능한 변화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과 교육에 대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더 빠른 환경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미래의 나를 당당히 만날 수 있는 오늘의 내가 되도록 노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어쩌면 현 정부에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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