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차출
[윤덕우 칼럼]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차출
  • 승인 2023.10.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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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윤석열 정부의 성공여부는 수도권 총선에 달려있다. 국민의힘이 정신을 차렸을까. 아니면 뒤로는 아직도 친윤·비윤하며 권력 다툼에 골몰하고 있을까.

5개월 남짓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인 151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 자기 희생 없고 전투력이나 용기마저 없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면 자명한 사실이다. 입으로만 아닌 진정한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난 뒤 ‘당정관계 재정립’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누누이 이야기했듯이 저희가 공천에 개입하거나 당 운영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행정을 하고 국가 정책을 만드는 곳이지, 당 운영과 관계가 없다”며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심을 잘 살펴 절체절명의 각오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한다. 마침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지도 있는 영남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등 험지에 출마해야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168석, 국민의힘은 111석. 국회의원 300석 가운데 수도권 의석이 무려 121석(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고작 17석에 불과하다. 나머지 의석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차지다. 서울 49석 중 더불어민주당 41석, 국민의힘 8석이다. 경기는 59석 중 더불어민주당 51석, 국민의힘 7석, 정의당 1석이며, 인천은 13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11석, 국민의힘은 2석 뿐이다.

인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월 당 연찬회에서 수도권 선거가 위험하다는 ‘수도권 위기론’을 부각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도 수도권 인재 부족현상을 들어 전열 재정비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선거에 패배한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후보 자체의 경쟁력 부족이다. 소위 인물론이다. 윤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말한 건 당을 위한 충정이자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보강돼야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은 여야 구분없이 인물난을 겪고 있지만 수도권 의석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하는 국민의힘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 까 지난 23일 임명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의 스타는 (총선 때) 서울에 왔으면 한다”며 “희망이 없더라도 뚝심과 용기가 있는 계백 장군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여당 내 친윤 핵심 측근들에 대해선 “자신보다 국가와 당을 먼저 생각한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라며 “인요한이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내가 특정인을 거명해 출마하라 마라 하는 것은 월권이지만, 위원들이 이름을 거명하면 그런 내용들은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TK, PK 스타에 대해 “김기현 대표도, 주호영 의원도 스타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SBS와 채널A, TV조선 뉴스에도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영남)에 스타가 있으면 험지에 한 번 와서 힘든 걸 도와줘야 한다. 이제는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며 “몇 명이고 누군진 아직 파악을 안 했다”고 했다. 또 지도부 험지 출마에 대해선 “영남 쪽에는 이제 상당히 쉽게 당선되니까 세대 교체도 좀 하고 좀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연이어 3선을 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에선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여권 내에서 ‘수도권 위기설’이 불거진 뒤 국회의원 중 공식적으론 처음으로 서울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하 의원은 ‘3선 이후 서울에 진출하는 것’이 평소 소신임을 밝혔다. 보수 색채가 짙은 영남권 지역 정당이라는 수식어를 탈피하기 위해 국민의힘에 수도권 사수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절대 다수가 영남권이다. 대구 12석과 경북 13석이 모두 국민의힘이다. 부산은 18개 선거구 가운데 15석, 경남은 16개 의석 중 12석, 울산은 6개 선거구 중 5석이 국민의힘이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 하고 있다. 광주 8개 선거구, 전남 10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석이며, 전북 10개 선거구 가운데 9석이 더불어민주당이다. 영남권은 누가 나와도 국민의힘, 호남권은 누가 나와도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들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임명직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TK·PK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차출설은 이미 오래 전 부터 흘러나온 얘기다. 울산광역시장을 역임한 김기현 대표는 지역구가 울산 남구을이지만 4선의 국회의원에 당대표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 주호영 의원 역시 5선의 국회의원이다. ‘팔공산만 다섯번 올랐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국민의힘 1·4대 원내대표이자 이명박 정부의 초대 특임장관을 지낸 전국적인 인물이다. 대구에는 3선 의원이 둘이나 있다. 현재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과 김상훈 의원이다. 달서병 출마설이 나도는 권영진 전 대구광역시장은 이들 못지않게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서울시 노원구을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재선 대구광역시장이었던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큰물에서 놀아본 인물이다. 거명된 이들이 자기 희생없이 몸을 도사리고 비겁하게 팔공산만 오르내리는 비아냥을 듣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인 위원장의 표현대로 희망이 없더라도 뚝심과 용기가 있는 계백 장군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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