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제2도약 원년’ 선언, “ 작가·콜렉터·애호가 꿈 실현시킬 갤러리 조성 최선”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제2도약 원년’ 선언, “ 작가·콜렉터·애호가 꿈 실현시킬 갤러리 조성 최선”
  • 황인옥
  • 승인 2023.10.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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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7년 국내 굴지 화랑 성장
대구점 4층 신축·서울점은 증축
층고가 9m 국내 최대 규모 자랑
전속 작가 집중 육성 성과 드러나
대구미술 세계 알리기 선도 역할
작가와작품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가 리안갤러리 대구점 신관 집무실에 걸린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안갤러리 제공 

인간은 자신의 이익보다 누군가의 성취에 기여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타인의 행복이나 이익에 헌신하려는 이타적인 행위가 개인의 이익보다 더 높은 차원의 행복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을 양식으로 하는 까닭에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타적인 삶을 용기 있는 사람들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안갤러리(이하 리안) 안혜령 대표는 선택 받은 사람처럼 여겨진다. 개인의 이익이 곧 타인의 이익과 연동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와서다. 리안에 전속된 작가나 리안을 통해 미술적인 자부심을 높여가고 있는 콜렉터들의 성취가 곧 안 대표의 자아를 실현하는 일과 동일시가 된다. 리안의 활동으로 작가나 콜렉터의 불확실성이 확신으로 채워지며 승승장구 할수록, 안 대표의 행복감 또한 급상승한다. 개인의 성취가 구성원의 성취로 연결되고, 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 또한 높아지는 삶,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조건이다. 그는 그 목표를 향해 지난 20여년 간 리안갤러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리안갤러리 신관 전시장 내부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신관 전시장 내부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 공간 신축과 증축으로 제2의 도약 시작

올해는 리안갤러리가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년이다. 개관 17년 만에 국내 굴지의 화랑으로 성장한 리안갤러리가 대구에 신관을 개관하고, 서울점은 2층에서 3층으로 증축했다. 이로써 리안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대구점 신관 개관전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추상작가 이미 크뇌벨의 전시를, 서울점 증축 재개관전으로 올해로 화업 50년을 맞은 블루칩 작가 이강소 화백의 전시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대구 공간 신축은 전필준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설계로 기존의 대구 중구 대봉동 리안갤러리 구 건물 뒤편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조성했다. 신축된 건물은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세미나실), 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462㎡(140평) 규모의 3개 전시실 중 주전시실은 최대 층고가 9m여서 대형 작품의 전시가 가능해지면서, 공간 규모에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안 대표는 신관의 높은 층고에 만족감을 표했다. “층고가 낮아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완전하게 층고 문제가 해결됐어요. 전시장 규모나 구조로서는 이제 국내 어느 갤러리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 세계적인 작가 전시로 국내 굴지의 갤러리로 급성장

안 대표는 국내 화랑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큰손 콜렉터로 시작해 갤러리스트로 변신해 국내 굴지의 화랑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콜렉터에서 갤러리스트로의 변신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실현됐다. 2006년에 국내 미술계를 선도했던 시공화랑 대표가 타계하자 좋은 화랑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대구 미술계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시공화랑을 인수하며 리안갤러리를 개관했다.

2007년 리안 갤러리 개관전은 국내외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야말로 하나의 이벤트였다. 지역의 신생 갤러리가 개관전으로 앤디 워홀이라는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전격적으로 개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앤디 워홀의 파워는 리안의 존재를 국내외에 알리는 지렛대가 됐다. 이후 알렉스 카츠.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살레 등 굵직굵직한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성사시키며 리안은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메가 갤러리로 급성장했다.

해를 거듭하며 주목받는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며 리안의 전시 이력을 차곡차곡 쌓았지만, 문제는 지역 갤러리라는 꼬리표였다. 남다른 추진력과 기획력을 가진 안 대표로서는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 해법이 서울점 시대의 개막이었다. 2013년은 리안은 리안이 국내미술시장의 중심에 들어가는 해가 됐다. 그해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서울점을 개관하며 지역의 한계를 넘어섰다. 대구와 서울 이원 체제 구축은 결과적으로 리안이 국내 메가 화랑으로 성장하는 결정타가 됐다.

◇ 첫 존재감은 콜렉터

안 대표에게 그림이 각인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당시 그림을 그린다는 즐거움을 알아 버렸지만 부모의 뜻에 따라 대학은 수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결혼과 함께 교직을 떠났다. 전업주부가 되면서 접어두었던 그림에 대한 열망이 새살처럼 돋아났고,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의사였던 남편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보다 수집하는 것으로 돌아섰다. 콜렉터로서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작품 수집은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림 좋아하는 열정 하나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수집했던 것. 그림에 대한 정보도, 안목도 부족했던 탓에 당연히 수집품들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일었다. “좋은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영향을 준 인물이 인공화랑 황현욱 대표와 시공갤러리 이태 대표였다. “탁월한 안목의 소유자였던 황현욱과 이태 대표님을 통해 그림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었어요.”

대표의 안목이 세상 사람들에게 입증된 것은 2021년 9월 리안갤러리 개관 15주년 기념전에서였다. 그의 소장품을 전시한 ‘컬렉터의 방’(Collector‘s Room) 전시에 알렉스 카츠, 조지 콘도, 헤르난 바스, 키스 해링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름을 올리며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콜렉터 경력 28년인 그의 수집활동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이제는 국내 작가로 승부수 띄울 때

안 대표가 “이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살 때”라며 확신에 찬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국력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K-미술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리안이 국내 작가들을 갤러리에 전속시키고 그들의 전시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 배경에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이 K-미술에 쏠리기 시작했다는 안 대표의 확신이 있었다.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해외 콜렉터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선 그들의 미술과 차별되는 우리의 미술을 보여줘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일찍부터 리안은 국내 작가 육성에 열정을 쏟았다. 그에 따라 현재 이건용, 남춘모, 이진우, 김택상, 이광호, 김춘수, 윤희, 김근태, 신경철 등의 전속작가를 두고 있다. 소수의 작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리안의 전략은 전속 작가들의 성장으로 완수되고 있다. 리안은 전속 작가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고, “한국 아티스트를 가장 잘 키우는 화랑 중의 하나”라는 작가들의 평가도 듣고 있다.

“무턱대고 작가군을 늘리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전속 작가들의 성장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리안 전속 작가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전시장에서의 러브콜이 활발하다. 이건용은 페이스 뉴욕과 구겐하임 미술관 순회전을 열었으며, 김근태는 동경화랑에서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또 남춘모는 24년에 룩셈부르크 세송앤베네티에르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고, 이진우도 24년에 프랑스와 베이징, 25년에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모두 역량 있는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리안의 성과다. 리안은 세계 최고의 미술시장인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해 마더 갤러리로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러리를 개관하고 17년이 흐르면서 희생도 적지 않았다. 전속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소장품들을 팔아야 했고, 해외 작가 전시로 발생한 수익도 국내 전속 작가들을 위해 투자했다. 그가 국내 작가를 발굴할 초기만 해도 국내 작가들의 작품 판매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며 단호했다. “희생이 있었기에 국내 전속작가의 입지를 키울 수 있었으니 오히려 감사하죠.”

안 대표는 리안을 통해 대구미술의 우수성을 서울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대구 리안 전시 때 중앙의 언론사와 콜렉터들을 초대해 전시를 홍보하는 한편, 대구미술관 등의 미술공간과 김광석길 등 대구 미술과 대구의 관공명소를 소개하는 일도 시작했다. 리안의 근거지가 어디까지나 ‘대구’라는 인식 아래, 사명감을 가지고 대구 미술과 대구 홍보에 열심이다.

“처음 서울점을 열었을 때 서울에선 대구를 시골로 인식했어요. 리안이 꾸준하게 대구미술의 우수성과 대구의 좋은 문화를 홍보하면서 지금은 인식이 많이 변화했죠.”

리안의 성공요인은 최고의 전시와 우수 작가 발굴에 있다. 개관전부터 꾸준하게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는 한편, 국내 작가를 집중 지원하며 세계미술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왔다. 이는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안 대표의 초기 꿈이 실현된 것임을 의미한다. 그는 리안을 개관하며 리안이 꿈의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갤러리와 전속 작가, 그리고 콜렉터와 미술애호가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애초에 리안에 부여했던 가치인 ‘좋은 갤러리’의 요건이었다.

“작가의 성장을 돕고, 콜렉터의 만족도를 높이며 갤러리도 함께 성장하는 좋은 갤러리를 리안을 통해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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