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맨발걷기, 나도 한번 해볼까?
[데스크칼럼] 맨발걷기, 나도 한번 해볼까?
  • 승인 2023.10.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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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바닥에 하나둘 나뒹구는 낙엽,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딱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는 걷기를 싫어한다. ‘피곤해, 쉬고싶어’를 외치며 매일 걷지 않을 핑계를 찾는 몸을 일으켜 걸으러 나가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막상 땅에 발을 딛고 걷다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걷기보다 좋은 해결책은 없다.

최근 산책길에서 낯선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산책로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들이 그것이다. ‘여기에 웬 신발들이 있지?’하는 궁금증도 잠시, 맨발로 걸어다니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최근 들른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도,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도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포항, 부산 등 바닷가 지역에 사는 지인들의 SNS에서 맨발걷기 사진을 많이 보긴 했지만 자주 가던 집근처 산책로에서도 맨발로 걷는 이들을 보게 되니 전국적으로 맨발걷기가 열풍처럼 퍼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때마침 주변에서도 맨발걷기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도대체 어떤 효과가 있기에 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맨발걷기를 전파하고 있는 것일까.

“두통이 사라졌어요”, “불면증이 없어졌어요”, “혈압, 당뇨 수치가 안정적이 되었어요”, “소화가 잘 돼요.” 무슨 만병통치약을 홍보하는 것 같은 믿기 힘든 이야기는 맨발걷기를 하는 이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후기다. 무엇보다도 맨발걷기를 하면서부터 걷는 것이 즐거워졌다는 이가 많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걷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한번 걸으러 나가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한 필자를 솔깃하게 하는 후기다.

발은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심장에서 내려온 혈액을 다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만큼 제2의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신발을 신고 걸을 경우 신발굽과 깔창 때문에 발의 움직임이 별로 없는데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와 함께 혈액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맨발걷기는 어싱(Earthing), 접지(接地) 등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어싱은 ‘땅과 접촉하는 것, 지구와 우리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맨발걷기는 땅과의 접촉을 통해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몸속 활성산소와 정전기를 방출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지난 7월 KBS에서 방송된 ‘생로병사의 비밀-맨발로 걸으면 생기는 일’에서도 맨발걷기의 효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50대 여성 8명을 맨발팀과 신발팀으로 나눠 하루에 한시간씩 4주간 걷기 실험을 한 결과 맨발걷기를 한 팀이 체지방량, 총 콜레스테롤, 당화혈색소, NK면역세포, 항산화 능력 등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맨발걷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은 30분이상 90분 이내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초보자의 경우에는 무조건 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서서히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힘들 때는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발에 상처가 나 병균이 침투할 수도 있으니 파상풍 주사를 미리 맞아두는게 좋다. 특히 당뇨환자는 발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촉촉한 황토흙은 걷기에는 좋지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걷기에 좋다. 10년째 전국에 맨발걷기를 전파하고 있는 대한민국 맨발학교(교장 권택환)는 대구에서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100개 지회, 2만여명의 회원이 있어 함께 응원하며 지속적인 걷기를 이어나가기에 좋다. 맨발걷기 100일이 되면 '내가 나에게 주는 상장'을 받을 수 있다.

걷기 좋은 계절은 짧고 곧 추운 겨울이 온다. 맨발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맨발의사로 불리는 김정훈 원장(행복한 재활의학과)은 최근 의료칼럼을 통해 ‘겨울철 맨발걷기는 오히려 면역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겨울철 맨발걷기는 장수유전자의 숨겨진 스위치’라고 말했다. 물론 안전 수칙을 잘 따른다는 전제하에서다.

맨발걷기 열풍과 함께 맨발 걷기에 좋은 산책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산책로에 발을 씻고 신발을 보관할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각 지자체에서도 맨발로 걷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시행하고 있다.

걷기, 특히 맨발걷기가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겠지만 특별한 장비도 비용도 필요없으니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

때마침, 오는 4일 경주 첨성대 광장에서 맨발걷기대회가 열린다. ‘천년도읍 맨발건강걷기대회’는 첨성대 광장을 출발해 반월성 계림숲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약 3km의 코스다. 맨발걷기에 입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를 계기로 필자도 몇 달 뒤에는 제대로 된 맨발걷기 경험담과 효과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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