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때문에
숟가락을 들고 뛰던 때가 있었다
어디로도 갈 수 있으나, 어디로도 가지 않고눈 귀 닫아걸고 살았다
멀리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신 안에서 내가 끓는 동안
압의 힘으로우리는 서로의 내부를 통과했다
내부를 통과한 뜨거움으로참는 법을 배웠고함께 사는 일이 가능해졌다
◇강성남= 200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2018년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포엠피플’ 편집위원 역임. 전태일문학상 시 분과 운영위원.
<해설> 시의 뒤편부터 거꾸로 읽어보면 함께 사는 일이 가능해지기까지, 서로의 내부를 통과한 뜨거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참는 것을, 배우게 한 ‘압’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80년대 초반 최루가스 속에서 이리저리 내달리면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술빵 한 조각이 왜 이 시와 오버 랩 되는 걸까. 어디로든 갈 수 있었으나 가지 않고 눈 귀까지 걸어 닫고 살았다 하니, 이만한 반려가 어디 쉬운 일인가. 바위를 뚫는 힘도 알고 보면 커다란 ‘압’의 힘 아니던가. 작고 연약한 물의 힘을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았을 때 큰 힘이 되는 것을…. 압력솥에서 딱딱한 쌀이 밥으로 익어가듯 서로 하나가 되는 힘이 불끈 느껴진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