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국정감사 왜 하나
[목요칼럼] 국정감사 왜 하나
  • 승인 2023.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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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삼권분립 국가에서 일정한 지역 주민들의 대표로 구성되는 국회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은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권과 국가의 한해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심의권 및 집행부인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감사권이다. 따라서 국회는 매년 국민을 대신하여 예산심의에 앞서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감사를 통해 잘 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건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이를 토대로 예산심의에 반영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주된 목적일 것이다.

따라서 매년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의원들은 피감사기관에 대해 감사를 이유로 많은 자료를 요구하게 되고, 대부분의 피감사기관에서는 길게는 하루 짧게는 반나절의 감사를 받기 위한 자료 제출에 수없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국감장의 모습을 보면, 감사하는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감기관에 대해 무조건 나무라는 식으로 호통을 치거나, 정책 질의와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 여야 간에 고성이 난무하는 등 정쟁을 일삼는 것이 다반사이고, 정작 중요한 질의에 대한 답변은 서면 제출하라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러한 국정감사장의 모습은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국정감사를 왜 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일부터 진행된 일부 겸임 상임위를 제외하고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그 결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역시 매우 혹독하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로, 여야는 매년 앵무새처럼 국정감사에 앞서 ‘민생국감’을 강조하며 ‘정쟁’보다 ‘민생’을 외쳤지만, 막상 국정감사장에서의 보인 행태는 이미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논란이 오고간 사안을 재탕 삼탕하거나, 자신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 간에 볼썽사나운 신경전만 이어나갔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옹호해야 하는 입장인 집권 여당과 달리 비판하는 공격권을 가진 야당의 존재이유를 부각시키는 놀이터 흔히 ‘야당의 시간’이라고 불리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직전 불거진 당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한 내홍으로 당에서 국감실적을 내년 총선 공천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공천권을 가진 당의 실세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기에 급급하거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채 상병 사망사건 등 이미 사회적으로 논란이 야기된 이슈만을 반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또한 감사 직전 실시된 강서구청장 선거의 패배로 인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등 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이슈만을 부각시키는데 급급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이번 국정감사 성과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즉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 감사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응답자의 15%만 ‘성과가 있었다’고 답하였고, 49%는 ‘성과가 없었다’고 답하였다.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는 ‘상대비방·정쟁·싸우기 만함’이 2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개선 해결된 일 없음’, ‘의원들 준비 부족·자질 문제’, ‘답변 제대로 않음·핑계만 댐’, ‘당리당략·자기 편 감싸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정감사가 국회의원들이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로 국정감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국정감사 무용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국회로 재입성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국정감사가 공천권의 가진 당의 실세에 대한 충성도와 투표권을 가진 지역 주민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국정감사의 근본적인 목적이 삼권 분립 차원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기능으로, 국회의원이 국민들을 대신하여 행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에 대해 야기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비판하고 의혹을 해소시켜주는 행위이지 국회의원 개인의 의혹해소나 소속된 정당의 입장을 집행부에 강권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필자 개인만의 생각일까 궁금하다. ‘벼룩 잡자고 초가산간 다 태울 수는 없는 것’과 같이 입법부의 주요기능인 국정감사를 폐지할 수는 없지만 매년 반복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전혀 신뢰받지 못하는 국정 감사의 전면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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