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두류정수장 터 안 팔고 신청사 건립, 잘됐다
[대구논단] 두류정수장 터 안 팔고 신청사 건립, 잘됐다
  • 승인 2023.11.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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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구시 청사를 달서구 두류정수장으로 이전 신축하기로 한 결정은 권영진 대구시장 재임 때인 2019년 12월, ‘대구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시민 공론화는 대구시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듣기 위한 열린 행정의 한 방법이다. 그때 필자는 시 청사 이전을 위한 시민참여단에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청사 유치에 참가한 4개 시·군 가운데 달서구가 선정되었다.

당시 대구시민들은 시청 이전에 호불호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권 시장 퇴임 시까지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시청 이전에 관한 갑론을박, 시민 여론 분위기에 편승한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청 이전사업의 전면 재검토’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신청사 건립 준비를 위한 5가지 용역사업을 모두 보류한다’고 했다. ‘신청사 건립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도 했다. 홍 시장은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고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청사건립 예정지인 두류공원 부지의 60% 정도를 매각하는 계획과 함께 상업시설 등을 유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완공 시기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변경했다.

이에 달서구의회와 지역구 의원, 일부 주민들이 신청사 부지 축소 등에 대해 신청사 건립 약속을 당초 대로 이행하라면서 문제 제기를 했다. 신청사 건립계획에 정치적 냄새가 났다. 선거직 정치인들이 은연중 보여주는 행태다. 시장과 대구시 의회, 지역구 중앙 정치인, 달서구의회 의원들이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민주당은 건립부서 잠정 폐쇄 규탄 및 원안 이행 촉구 집회를 열었다. 달서구 갑·을·병 지역위원회, 당원들이 거들었다. 달서구청은 대구시 신청사 유치 3주년 및 달서구민의 날을 맞아 ‘신청사 유치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은 차후에 다시 논의하자면서 청사건립을 잠정 보류하는 모양새를 취하였다. 최근 대구시가 두류정수장 터를 팔지 않고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시가 달서구 정치권과 주민들, 시의회 여론 등을 고려하여 유휴부지 매각을 하지 않고 시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달서병 김용판 국회의원이 단독 회동을 거쳐 합의했다고 한다.

시청사 이전이 대구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결정한 원안대로 재계획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행정은 일관성이 생명인데 기관의 장이 바뀌면 지난날의 계획이 완전 무시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이는 행정이 국민들과의 신뢰를 파기하는 것이다. 신청사 건립을 걱정해 온 대구시는 시 소유 공유재산 5개를 매각하여 청사건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좀 구체적인 대안을 내어놓고 있다. 그 계획이 흔들림 없이 진척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구시청사 건립은 대구시가 추진해야 할 사업인데 국회의원의 정치적 입김으로 원안대로 돌아갔다는 것에 회의감을 가진다. 달서구 국회의원이 3명인데 유독 달서병 의원만이 앞장선 것처럼 보이는데 달서갑 을 2명의 국회의원은 어떤 액션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시장이 김용판 의원과 협의하여 결정한 것을 보면서 정치인들의 연결 끈이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을 지배하는 축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달서구병은 대구시 신청사 이전계획 지역이다. 재선을 노리는 김용판 의원이 버텨 있고 여기에 권영진 전 대구시장의 출마설도 있다. 홍준표 시장과 김용판 의원이 합의하여 두류정수장 주변 터를 안 팔고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것에 정치적 교감이 있음을 느낀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아닌 홍준표 시장을 지지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에서 김 의원과 권 전 시장이 대결한다면 ‘신청사 건립’ 이슈가 대두할 것이다. 신청사 건립을 위한 공과 문제에 대한 공박이다. 권 시장은 SNS에서 ‘신청사를 예정대로 건립하고 신청사 부지 일부를 매각해서 건립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기존 방침도 철회키로 해서 다행’이란 말을 했다.

어떤 결정이든 큰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가 반드시 끼어드는 풍토는 한국 정치문화의 독소다. 어쨌든 선거직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대구시 신청사 건립을 위해 마련한 기초가 다시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구시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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