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학폭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교육감의 권한
[생활법률] 학폭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교육감의 권한
  • 승인 2023.11.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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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대통령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가해 학생에 대하여 '학급교체' 처분을 하였고, 야당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처분 수위가 낮다'는 취지로 추궁하면서 전학 처분 등이 불가능한지를 문제 삼았다. 피해학생 측 변호사도 "잘못된 학폭 처분에 대하여 교육감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통해서 이겨서 오라는 이야기이므로 유감이다. 전학을 보내려면 더 맞았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지 ......"라고 인터뷰하여 교육감이 학급교체 처분을 강제전학으로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피해 학생이 스스로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렇다면 학폭위 결정을 교육감이 바꿀 수 있거나 바꾸도록 의견을 낼 수 있을까?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의 편차를 방지하기 위하여 각 교육지원청 산하에 학폭위를 구성하고 학폭위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 수위를 정하도록 하였다. 법은 학폭위에 독립된 심의권한을 부여 하였고, 학폭위의 결정에 대하여 학교, 교육감 등 어느 누구도 처분 수위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결정의 내용을 바꾸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만일 교육감이 처분 수위 등의 변경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면 결국 학폭위의 독립된 심의 권한은 무력화되고 교육감의 눈치를 보게 되어 교육행정 당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학폭위 결정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나? 학폭위 결정은 행정처분이므로 당연히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으로 '해당 결정을 취소하여 달라'는 구제절차를 밟으면 된다, 행정심판, 소송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많은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매우 힘든 싸움이 된다. 그렇지만 학폭위 결정 뿐만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에 대하여 다른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구제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오로지 학교폭력 피해자에게만 특별한 절차 및 예우를 할 수는 없다.

피해자 측 변호사가 '교육감이 학급교체 처분을 강제전학처분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책임회피이다'는 식으로 인터뷰한 것은 법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학폭위의 학급교체 처분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교육감은 학폭위 결정을 변경할 권한이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라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위 발언은 학폭위의 학급교체 처분이 명백히 잘못되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학폭처분 결정 기준은 학폭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 총 5개 항목을 각 1~4점으로 정하고, 합계 1~3점 서면사과, 4~6점 교내봉사, 7~9점 사회봉사, 10~12점 출석정지, 13~15점 학급교체, 16~20점 전학, 17~20점 퇴학처분하고, 다만 선도가능성을 고려하여 처분을 가감할 수 있고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처분을 가중할 수 있다.

최근까지 결정 추세를 보면 학생이 피해학생에 대한 성폭행, 중상해, 오랫동안의 지속적인 괴롭힘 등이 있을 경우 전학, 퇴학처분 등이 내려지고, 폭행은 그 수준이 다소 과하여도 학급교체 등으로 종결되었던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 내용은 '2회에 걸쳐 다른 여학생을 리코더와 주먹 등으로 여러 차례 때린 것'이다. 이 경우 각 항목이 3점을 넘기 힘들므로(합계 15점) 이정도의 폭행이라면 '전학 처분'이 무조건 당연한 것은 아니고, '학급교체'가 매우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법률전문가라면 어느 누구도 '누가 보아도 학폭위 결정이 잘못되었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물며 가피해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할 교육감이 '처분 수위를 높이도록 노력 하겠다'라고 발언하였다면 그 발언 자체가 학폭위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다.

가해 학생이 비서관 딸이라는 이유로 약한 처분을 하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지만 반대로 아버지가 비서관이라는 이유로 더 중한 처분이 내려져서도 안 된다. 아버지가 비서관이 뿐이고 학생은 그냥 일반 학생으로 학교 생활 중 큰 사고를 친 것에 불과한데도 마치 공직자의 자녀는 일반인에 비하여 더 엄격한 도덕성과 착실한 학교생활을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공직자에 준하여 더 엄격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학교폭력의 공정성을 가장한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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