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소상공인의 위기 탈출
[박명호 경영칼럼] 소상공인의 위기 탈출
  • 승인 2023.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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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달 말, 여권의 고위당정대협의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현장 애로 및 경영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재 고금리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게 선지급된 재난지원금 환수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약 57만 명에게 8천억 원의 혜택이 돌아가는 조치다. 또한 당정은 소상공인 이자 비용 경감과 매출 증대를 위한 소비캠페인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서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저리융자 자금 4조 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달 초,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한 이후에 나온 소상공인 살리기 대책이다.

재정 지원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당면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려는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지원은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현 정부가 현금성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서민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이런 곳에는 기본적으로 재정이 들어가야 된다”라며 소상공인에게 지원의 손길을 힘껏 내미는 따뜻한 정부가 될 것을 다짐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이나 지원은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세수도 줄어든 마당에 국가가 재정 지원에 앞장서는 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는 물론이고 기업의 신용비율과 가계부채도 크게 늘었다. 대출금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취약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가계부채의 연체율은 점점 늘어나고,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조차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이 국가가 보살펴야 하는 대상이라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는 소상공업의 취약한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방안을 폭넓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이 당면한 어렵고 시급한 경영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개별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정부가 앞장서서 개선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높은 대출장벽이나 차별적인 금융수수료 부담, 불합리한 세제, 과도한 규제 등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소상공인의 고유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업 규모와 무관하게 개별 사업은 개별 사업주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소상공인이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은 이렇게 시작된다. “타인의 도움은 오히려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스스로의 도움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의 경영 성과도 국가의 지원보다는 스스로를 도우려는 정신, 즉 인내, 끈기, 근면, 성실, 정직, 몰입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가 결정한다. 『노예의 길』에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국가권력을 통해 물질적 보장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시도는 곧 스스로 노예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 복지향상은 제도 개선이나 사회 개혁보다는 자조 정신에 바탕한 자기 계발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소상공인이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풍족한 재정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 몰입하여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는 데서 나온다. 이것은 간절함과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소상공인의 생존과 번영에 긴요한 것은 자조 정신과 현실을 제대로 보는 바른 판단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과 ‘자신’이라는 두 단어다. 남은 결코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올해는 현직 대통령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하여 격려와 지원을 약속했다. 소상공인에게 큰 응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730여 만개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실현해야 할 일류 상공업문화의 진작이다. 그러려면 진정한 상인정신과 장인정신이 하루속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소통과 상생으로 고객을 기쁘게 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기술에 통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철저한 직업정신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에 잔재하는 ‘사농공상’의 전근대적 신분 의식도 사라져야 한다. 이것 또한 소상공인이 앞장서서 바꾸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면한 난관을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정신과 자세를 굳건히 지킬 때, 비로소 소상공인의 밝은 세상이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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