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칠곡 303고지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고] 칠곡 303고지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 승인 2023.11.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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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현충교육팀장)
김수정 대구지방보훈청 현충교육팀장

경상북도 칠곡군에는 높이 303m의 자고산이 있다.
먼 옛날 자고라는 새가 살았다 해서 자고산이라고 부르며 일명 작오산(鵲烏山)이라고도 하는 이 산은 6·25전쟁 때 유엔군과 북한군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흔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303고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포로 42명이 학살된 곳이기도 하다.

자고산 입구 한미우정의 공원에는 6·25전쟁 중 303고지 전투에서 산화한 미군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303고지 유엔군 희생자 추모명비가 있다. 그리고 매년 그곳에서 지자체 및 군부대 주관으로 전몰장병 추모식이 거행되고 있다.

올해 8월 한미전몰장병 추모식 행사에서 303고지 유엔군 희생자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을 유엔참전용사와 그런 귀한 아들을 타국에 보냈을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왔다. 그리고 유엔참전용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 고요한 평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가오는 11월 11일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6·25전쟁에 참전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념하고, 이들을 유엔참전국과 함께 추모하기 위해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특히 해마다 11월 11일 11시 정각이 되면 6·25전쟁에서 산화한 유엔군 소속 22개국의 전몰장병들이 안장되어 있는 부산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이러한 추모행사는 2007년에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11월 11일이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요즘 우크라이나전쟁 등 세계 무대에서의 전쟁을 지켜보면 전쟁을 일으키는 자의 의도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질서와 자국의 이익이 중첩되어 종전의 움직임은 요원하고 민간인 희생만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이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국가보훈부는 이런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매년 유엔참전용사 초청 추모행사와 더불어 외국 현지에서 감사 행사를 하거나,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전개하는 등 보훈외교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유엔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이룬 기적 같은 발전을 보고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격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유엔참전용사를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 만나본 적도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유엔참전용사의 의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 후손들의 책무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역만리에서 참전한 영웅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일류보훈'을 위해 보훈공무원의 한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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