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담배 개혁에 나서라
[데스크칼럼] 담배 개혁에 나서라
  • 승인 2023.11.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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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비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정책이 특정 시점 이후 출생자는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뉴질랜드식 흡연 제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뉴질랜드는 2009년1월1일 출생자(현재 14세)가 성인이 되는 2027년부터는 담배를 살 수 없는 흡연 규제정책을 추진한다. 그리고 담배 판매 매장을 현재의 10%로 줄이고 담배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하게 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흡연 규제다. 기존 흡연자는 담배 판매소가 줄어들어 담배 사기가 어려워져 금연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국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 한다.

우리나라 담배 판매는 1883년 조선 고종이 궁내부 내장원 산하에 설치한 순화국(順和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는 담배, 인삼 등의 제품을 국가에서 독점·공급하기위해 재무부 전매국에서 전매 사업을 담당하다 1948년 ‘전매청’이라는 기관이 생겼다. 1987년에 전매청은 폐지되었고, 한국담배인삼공사로 기존의 업무를 대신하다 2002년 민영화되어 KT&G로 사명을 변경해 전매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KT&G 매출은 2021년 기준 5조2284억이다. KT&G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담배 수출국이고 세계 담배회사 5위이다.

청소년의 흡연이 심각하다. 한 조사기관의 연구결과 만12-18세 흡연율은 남자 청소년 18.4%, 여자 청소년 6.9%였다. 대부분 중학생 때 담배를 접한다고 한다. 어린 나이의 흡연은 친구의 권유로 쾌락과 겉멋에 빠져 시작해 평생 피우게 된다. 한번 담배에 중독되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100명중 5명으로 낮고 약물 등 치료를 받아도 성공율이 20-60%이다. 흡연 이유로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라는 응답이 74.8%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4%)보다 높은 40%를 기록했다. 성인 여성과 여학생 흡연율도 증가했고 흡연 시작 연령이 남녀 모두 낮아지고 있어 금연 정책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1년3개월 앞둔 2015년 1월.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을 4천5백원으로 2천원 인상했다. 인상된 담배 한갑에는 담배 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 폐기물 부담금, 연초생산 안정화 기금, 개별소비세, 부가세 둥 세금이 3,323원이다. 제조 원가 및 유통마진은 1,176원으로 232원 올랐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담배 세수는 11조8000억원이다. 그러나 ‘유사 담배’로 분류되는 액상전자담배는 2019년 기준 전국 4300개 매장에서 약 1조476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세금은 한 푼도 안 냈다.

담뱃값 인상 그 다음해 실시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천여표 차이로 패배한 새누리당 후보는 10여명에 달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후보로 논산 계룡 금산군에 출마한 이인제 의원은 1,038표차로 떨어졌다. 이 전, 의원은 “1천여표 차이로 떨어진 10여곳은 담뱃값 인상때문이다”고했다.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 농수산위에서 담뱃값 인상을 검토할 때 기재부의 인상안에 대해 반대하며 “사회주의 중국도 비싼 담배를 만들어 팔고 서민 담배는 몇 백원인데 일률적으로 인상하지 말고, 고급 담배를 만들어 부족한 세수를 채우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서민의 삶은 팍팍하다. 정부는 2,000원 올렸던 담뱃값을 인하해 서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 담뱃값이 인하되면 흡연율이 올라간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 후 다소 감소했던 흡연율은 오히려 증가되었다. 정부는 2015년 초 담배 가격을 2000원 인상하고, 2016년 말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삽입했다. 이 정책의 영향으로 2014년 43억5970만 갑에 달하던 연간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으로 33억만갑으로 급감했으나 매년 판매량이 다시 늘어, 최근 몇 년간 평균 판매량은 35-36억만갑이다. 흡연 억제효과는 거의 사라졌다.

중국도 서민 담배 ‘중난하이’는 550원이고 고급 담배 ‘중화’는 한 갑에 약 15,000원이다. 우리도 서민이 애용하는 담뱃값은 인하하고, 1만원 정도의 고급 담배를 만들어 부자 흡연자는 비싼 담배로 부족한 세수에 기여하면 될 것이다. 담배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하고, 부모들의 미성년 자녀 흡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뉴질랜드 같이 지금 14세 청소년이 성인이 되는 19세부터는 담배를 살 수 없는 정책을 도입해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건강 해치는 담배 팔아 얻은 세수로 국가 살림에 보태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다. 담배로 인한 피해를 줄여 국민건강을 높여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담배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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