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당신의 파랑새는 무슨 색인가요?
[대구논단] 당신의 파랑새는 무슨 색인가요?
  • 승인 2023.11.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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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요즘 뉴스를 보면 마치, 연일 갱신되는 올림픽 기록을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사는 한국이 맞는지 의문이 들 만큼 영화보다 더 잔인한 무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자식들을 죽인 아버지가 있고,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노모를 죽인 아들 이야기도 있다. 문자를 늦게 확인했다고 화가 나서 갈비뼈가 부서지도록 때렸다는 연인의 소식도 들린다.

신문을 읽다가 놀란 가슴에 숨이 멎고,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할 정도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서 이런 지경까지 되었는지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뉴스를 보면서 더욱 놀란 사실은 이러한 사건의 주인공들이 아이러니하게도 50~60대라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철이 없어 한 행동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한 번 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러한 모습이 인생의 후배들인 청년층에게 답습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우려가 크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가난에 힘겨웠던 6.25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화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K-문화라는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전체적인 경제 통계적 수치로만 보더라도 부족함이 크게 없을 것 같은데 왜 슬픈 소식은 끊이질 않는 걸까?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현실과 달리 우리 마음은 시대변화라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걸까?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요즘 세상, 과연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더 강력한 규제와 법적 대응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오늘이다.

바람과 해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하였다. 바람을 힘차게 불어 외투가 날아갈 것을 바람은 자신했지만, 오히려 나그네는 옷깃을 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반대로 해는 천천히 온도를 높였다. 나그네는 결국 외투를 벗었고, 그 내기에서 해가 이겼다는 이야기 한번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현 난국 역시, 바람과 같은 더 강력한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해의 따스함을 나눌 사회적 문화와 그에 따른 공감대 확산, 이러한 틀을 마련할 인문학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갈수록 사고(思考)하고 사유(思惟)하는 시간을 위협받고 있다. 즉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유튜브나 SNS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영상에만 중독되어 사고(思考)라는 단어 자체를 잊어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정서적 평온이다. 빠른 흐름 속에서는 나를 찾을 수도 없고, 주위를 둘러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기에 사색이나 사유를 하기 어렵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인문학적 접근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어릴 적 인터넷이 없던 시절, 세상의 변화와 마음의 속도가 비슷했을 무렵,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들었던 고려장 이야기가 생각난다.

노모를 뒷산에 버리고 올 생각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아들과 함께 산속을 들어갔다. 그런데 지게를 같이 버리고 오려는데, 어린 아들이 다시 가져오려 하자, 아비는 아들에게 물었다. 왜 다시 지게를 가져오느냐고 말이다. 아들은 아비도 늙으면 똑같이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반면 늙은 어머니는 이미 자식이 버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을 내려두고 돌아가는 길, 혹여 산길이나 잃지 않을지 하는 걱정에 잘 찾아 내려가라고 나뭇가지를 꺾어놓은 이야기, 혹 기억이 나는가?

부모 없이 자식이 있을 수 없다. 비싼 사교육을 한다고 해서 아이의 인성마저 바로 교육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식을 자란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정작 무엇에 힘쓰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정에서 부자유친(父子有親)할 수 있고, 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바른 트랙 위에서 상생하는 길을 걸을 수 있다.

빨리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진정 당신이 찾으려 하는 파랑새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는가? 불교 열반경을 보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때가 되면 죽음으로 돌아간다고 말했고, 자경문에는 명예와 탐욕은 아침 이슬과 같고, 영화와 출세는 연기와 같다고 말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이치인데, 무엇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을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대, 우리는 어렵게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현대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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