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식품의 '황금시대'는 끝났다
<신간> 식품의 '황금시대'는 끝났다
  • 김덕룡
  • 승인 2011.01.17 01: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사상 최대의 구제역 광풍이 전국에 휘몰아치고 있다. 왜 이렇게 구제역이 번지고 있을까? 이를 막을 방안은 없는 것일까? 비단 구제역뿐만 아니다. 광우병, 조류독감, 비만, 기아 등 먹을거리를 둘
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신간 '식량의 종말'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상징되는 현대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고발한 책이다.
'석유의 종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는 이 책에서 지속되는 기아, 만연하는 식중독, 비만 등을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가 현대 식품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농부와 가축 생산자는 물론 몬산토(투입재 회사), 카길(상품거래업체), 네슬레·크래프트(가공업체), 월마트(소매업체) 등 기업들이 세계적 식품망 안에서 차지하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우선 "현대 식품 시스템이 성공과 동시에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식품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은 생산성을 높이고 식품의 가격을 낮췄지만 동시에 농촌의 지역 문화를 파괴했다.

각 가정에서는 음식의 조리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었지만,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줄면서 가족 관계, 문화적 정체성, 인종적 다양성 등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위와 밀접한 요소들의 성격이 점차 변질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프리카의 기아도 현대 식품 시스템의 또 다른 허점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식품 가격이 5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세계 식품 공급량도 늘었지만 기아는 근절되지 않았으며 전 세계에는 영양 과다 인구만큼 영양 부족 인구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불균형이 "식품 시스템의 참담한 패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구제역 사태 역시 현대 식품 시스템의 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대형 사육 시설에서 소, 돼지 등을 집단 사육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 질병 확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즐거움을 주던 '먹는 행위'가 이제 불안감과 심지어 죄의식까지 안겨주고 있다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비만, 당뇨, 나쁜 탄수화물, 좋은 지방, 첨가물 등 음식과 질병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는 수 억명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고 있다는 게 그 사례다.

저자는 그러면서 식품 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고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소비자들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육류 소비량을 줄이고 어류 소비량을 늘릴 것을 제안한다.

또 세계적인 대형 식품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식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농업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거의 모든 면에서 볼 때 식품의 '황금시대'로 추억될지 모를 시기의 종착점을 향해 우리는 달려가고 있다"면서 "식품은 문명의 토대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명을 뒤흔드는 메커니즘으로 보인다"고 경고한다.

원제는 'The End of Food'.

민음사. 524쪽. 2만5천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