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가야금앙상블 정기연주회, 25현 가야금 풍성한 소리 대중 속으로~
로사가야금앙상블 정기연주회, 25현 가야금 풍성한 소리 대중 속으로~
  • 황인옥
  • 승인 2023.11.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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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12현 보다 현대적인 연주 가능
클래식·재즈 등 타 장르와 교류
국악·가야금 지평 넓히기 집중
올핸 오페라 형식 접목 ‘새 시도’
대사 없이 합주로만 흐름 전달
지자체 지원 사업 ‘도전’ 원동력
로사가야금앙상블
로사가야금앙상블 공연 모습(작은사진은 정미화 로사가야금앙상블 예술감독).

고대 가야 시대에 탄생한 가야금은 우리나라 고유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좁고 긴 장방형 오동나무 공명판 위에 명주실로 꼰 12개의 줄을 걸고, 줄마다 작은 나무기둥을 세워 놓은 형태를 하고 있다.

상단을 오른쪽 무릎에 얹어 비스듬히 바닥에 놓은 상태로 오른손은 현침 쪽에서 줄을 뜯고 왼손으로 줄을 눌러 농현하여 연주한다. 가야금 여러 연주 중에서도 가야금산조 독주곡의 예술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여겨왔지만, 20세기 말에 개량 가야금인 25현 가야금이 등장하면서 판세는 좀 달라졌다. 25현으로 음역과 표현력이 확대되면서 25현 가야금이 대중속으로 훅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로사가야금앙상블(이하 로사)은 25현 가야금의 풍요로운 표현력을 기반으로 1999년에 정미화 로사가야금앙상블 예술감독에 의해 창단됐다. 25현 가야금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로사를 창단했으니 비교적 빠른 행보였다. 지난 24여년간 로사는 정통성에 창의적 연주를 부가하며 가야금 공연 전문단체로 자리매김해왔다. 20여명의 가야금 전공자들로 시작해 지금은 50여명의 단원들이 함께하며 가야금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25현 가야금은 12현에 비해 깊이는 덜하지만 예쁘고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어 대중과의 소통력이 높다. 로사 창단의 지향점도 대중과의 소통 확대에 맞춰졌다.

정 감독은 “처음 로사를 창단할 때 전통 가야금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음정이 정확하고 화려한 소리가 어우러지는 25현은 12현보다 보다 현대적인 연주가 가능하고, 합주를 할 경우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로사는 25현의 장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창단 이후 로사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활동들을 이어왔다. 클래식음악, 재즈, 무용, 시, 다도 등 타 예술장르와 교류하고, 정통 국악을 편곡하거나 창작곡을 의뢰하는 등 국악과 가야금의 지평을 넓히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로사의 다양한 시도들은 정기연주회를 통해 실현돼왔는데, 이들의 올해 연주회인 제25회 정기연주회는 18일 오후 4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올해 정기연주회는 오페라나 창극처럼 이야기 흐름을 가진 극 형식을 띠게 된다. ‘가야, 꽃 피우다(Gaya, Blossom)’를 주제로 가야금 탄생 스토리부터 가야금의 상징적인 의미, 그리고 가야금이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을 심어준다는 서사를 1막부터 3막까지 가야금 합주로 펼쳐낸다.

1막에선 가야금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리움이 밀려와 우극의 꿈속으로 떠나고, 2막에서 그리운 가야금을 현실에서 바라보며 가야금의 심연의 성음을 듣는다. 그리고 3부에선 가야금이 꽃처럼 피어나며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선사한다.

“배우나 소리꾼이 등장해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지는 않지만 곡의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달하게 됩니다. 가야금 연주로 극을 이끌어 간다는 발상 자체만으로도 가야금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1막 ‘그리다’는 가야금 3중주를 위한 ‘물혜’(위촉 초연, 박배성 작곡), 25현 가야금을 합주곡 ‘천년의 별이 되어’(작곡 이정호), 25현 가야금 독주곡 ‘가야소테트’(작곡 정미화)로 구성된다. 가야금 탄생과 환희의 긴박감을 우륵의 꿈속으로 떠난 가야금의 여정으로 펼쳐진다.

2막 ‘바라보다’에선 가야금을 위한 시나위 ‘Blue’(위촉 초연, 작곡 정미화), 25현 가야금 3중주 ‘Rosa Rossa’(작곡 임교민)를 연주한다.

3막 ‘피어나다’에선 쇼스타코비치의 ‘Suite for Variety Orchestra, Waltz No2)(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위한 모음곡, Waltz No2·편곡 정미화), 아리랑 주제에 의한 ‘한아름 달이’(위촉 초연, 작곡 박진용), ’가야 꽃 피우다‘(GAYA Blossom)을 연주한다.

가야금 합주로 극음악을 펼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의 대사나 소리꾼의 소리 대신 오직 가야금 합주로만 극의 흐름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직접 사람의 목소리로 전달하진 않지만 영상과 음악적인 분위기를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로사의 도전적인 행보들에 비춰보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가야금 합주에 창극이나 오페라 형식을 접목한 것은 분명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전통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도는 다른 지점에서도 포착된다. 전통 가야금 독주곡에 반주를 추가하거나 젊은 작곡가에게 창작곡을 의뢰했다. 여기에 콘트라베이스, 첼로, 바이올린, 타악 등의 서양악기들과 합주까지 더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로사의 작품 목록에 추가된다. 로사는 지난 20여년간 다양한 가야금 공연들을 시도하며 새로운 공연형식들을 추가해왔다. 그들의 시도 이면에는 국악과 대중과의 소통력 확대에 맞춰졌는데, 정 감독은 최근에 고무적인 현상을 목도했다. 지난 4월에 대구서구문화회관 기획으로 콘서트를 열었는데, 티켓 오픈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 감독은 “문화기관의 홍보력도 매진을 기록하는데 역할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국악 공연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저희가 꾸준하게 대중과 호흡하려 했던 시도들이 결실을 보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창작곡을 의뢰하고, 영상을 제작하고, 서양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하며 전통국악을 현대인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정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꼽았다. 이번 정기연주회 역시 2023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통예술공연활동지원사업으로 가능했다. 정 감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들이 무대를 깔아줬기 때문에 대중에게 친숙한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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