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만들어내는 器(기)라는 것은 기능이 우선이다. 흙 작업 시 최대한 기능에 충실하고 부분적인 연출을 통해 불에 의한 요변을 가미, 최종의 결과물을 얻는다.
자연유 또는 불의 우연적 흔적, 퇴적된 재들의 형상이나 빛깔을 따라 작가의 작업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흙을 움켜쥐듯 나타나는 손맛과 흙을 뜯어낼 때 만들어지는 거친 힘과 소박한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이러한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통가마에서 약 3일간 부분시유 또는 무유로 소성한 작품으로 일상에서 쓰임이 있는 생활자기들이 이번 전시에 주류를 이룬다.
거친 사토와 바닷모래, 칠엽토 등을 혼합한 점토를 이용해 자연스럽고도 원시적인 태토의 질박한 질감이 잘 나타나는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내면의 잠재된 의식과 내재돼 있는 감정들을 표출하고 있다.
흙과 손길, 불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인고의 시간 속에서 기다림을 배우고, 또 장작불을 태우며 마음을 비웠다가 다시 채우는 반복된 과정을 통해서 흙과 손길과 불이 만나 부르는 생명의 노래 부르는 작가의 작품들은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작품으로 작가가 말하는 '야취'를 느껴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지난해 길상사에서 마련된 '겨울안부'전에 이어 마련되는 이번 전시에는 다도구와 항아리, 접시 등 4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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