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위기’ 해법은?…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에 듣다 “지역에 청소년 위한 세계적 규모 ‘AI 월드’ 만들자”
‘지방 위기’ 해법은?…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에 듣다 “지역에 청소년 위한 세계적 규모 ‘AI 월드’ 만들자”
  • 남승현
  • 승인 2023.11.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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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정보·기회·일자리 많아
경쟁 우위는 인재수준으로 결정
쇠락하는 지방, 미래 희망 없어
대구 월급, 서울比 120만원 적어
지역 청년 해마다 1만7천명 떠나
진학·편입학·취업 3단계로 이동
혁신도시 전국 5개 대형화해야
4차 산업혁명 활용 단지 조성을
대구경북 시대 부합 협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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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은 “영남대 정문 서쪽 편에 청소년을 위한 ‘AI 월드’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김민주기자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경제학자이자, 인재주의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인재가 개인, 기업, 지역, 국가의 경쟁우위를 결정한다”. 그가 개발한 모든 이론과 저서는 그의 이런 경제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효수 블로그》의 ‘이효수 경세제민’, ‘이효수 세상보기’, ‘청년의 길’도 ‘인재주의 관점’에서 경제사회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은 2017년부터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발표나 주요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 곳곳에서 그의 놀라운 ‘통찰과 예지’, ‘비전과 전략’을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이효수 경세제민(207)’에서 ‘지방 위기와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 실패’를 다루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집중 인터뷰를 했다.

◆지난 20년간 지방화 추진했지만 수도권 집중화 오히려 가속화

-‘지난 20년간 지방화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난 10년간 수도권 집중화는 오히려 가속화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그렇다. 국가균형발전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진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과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방분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그 이후 모든 정부는 나름대로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수도권 집중화는 오히려 가속화됐다.

-수도권 집중 가속화 지표로서 ‘20대 청년층의 순이동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도권 집중 가속화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여러 가지 있지만, ‘20대 청년층 순이동인구 추이’가 지방발전 및 쇠락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이다.

-순이동인구 개념은?

△순이동인구는 주어진 기간에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전입자에서 전출자를 차감한 순전입인구를 말한다. 어떤 지역에서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으면 그 지역의 순이동인구는 플러스로 나타나고, 그 반대이면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 왜 ‘20대 청년층 순이동인구 추이’가 지역발전 및 쇠락의 가장 주요한 지표가 되는지?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우위는 인재의 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 20대 청년은 인생에서 꿈과 희망, 도전과 열정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곳, 즉 정보와 기회가 많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특히 제4차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이고, 창조와 혁신의 시대이다. 20대 청년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어느 세대보다 인공지능과 친숙하여 디지털 시대에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청년들이 몰려오는 지역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기회가 많은 지역이고, 또한 청년들이 많은 지역이 창의와 혁신, 생산성에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청년들이 떠나는 지역은 침체하거나 쇠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미래에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20대 청년 60만명 수도권으로 순이동

- ‘이효수 경세제민 (207)’을 보면, 지난 10년간 20대 청년 60만명이 수도권으로 순이동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 수도권에서의 전출자를 뺀 수도권으로의 순전입자 즉 순이동인구만 보아도, 지난 10년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60만명이 이동하였다. 한 해 평균 6만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최근에 올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20대 청년의 순이동인구는 2015년 이전에는 매년 약 4만명 전후 수준이었는데, 2016년 이후에는 약 7만명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20대 청년층의 지방 이탈 규모와 추이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10년간, 대구 경북권에서 약 15만6천명, 부울경에서 19만1천명, 호남권에서 18만6천명이 지역을 떠났다. 2015년까지는 대구 경북권에서 매년 평균 1만 3천명이 지역을 떠났는데, 2019년 이후에는 매년 약 1만7천명이 대구 경북을 떠났다. 부울경은 더 심각하다. 2015년까지 매년 약 1만1천명의 20대 청년들이 부울경을 이탈했는데, 2020년 이후에는 2배가 넘는 매년 2만 5천명 정도 부울경을 떠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정보와 기회,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밀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징을 잘 이해해야 알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상위단층, 중위단층, 하위단층으로 분단되어 있는데, 좋은 일자리는 상위단층에 집중되어 있다. 상위단층은 임금수준, 승진기회, 고용안정성이 높고 근로조건이 좋다. 상위단층이 집중되어 있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본사 및 R&D 센터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이로 인해 월급의 지역 간 격차가 심하다. 2023년 월평균임금을 보면, 서울 478만4천원, 경기도 415만9천원이다. 그런데 대구는 358만8천원으로 서울에 비해 월 120만원, 경기도에 비하여 월 57만원이 낮다. 대구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효수 블로그》에서 ‘청년층의 3단계 이동’을 주장해 왔는데?

△20대 청년층의 수도권으로의 순이동은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제1단계는 수도권 대학 진학, 제2단계는 수도권 대학 편입학, 제3단계는 취업을 위하여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3단계 이동은 기본적으로 정보, 기회, 기대소득, 좋은 일자리의 지역 간 격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청년층 순이동과 지역발전은 상호작용 효과가 높아, 지역 경쟁력이 낮은 지역에서 청년이 이탈하고, 청년이 이탈하면 지역 경쟁력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그래서 좋은 일자리에 관한 정보와 기회도 지방에 비하여 수도권이 많다. 청년들은 정보와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지방대에 비하여 수도권 대학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에 더해 최근 20~30년간 수능 점수에 의하여 전국 대학의 평판도가 완전 서열화되면서, 대학의 연구 및 교육 역량과 관계없이 수도권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최근 대학 편입학 도미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고용안정성이 무너지면서, 최근에 올수록 기대소득과 고용안정성이 높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에 대한 학부모 및 학생들의 선호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 입학생들이 반수, 재수를 통해 ‘의치한약수’로 이동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대학 편입학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들이 정원 내 일반 편입생을 모집하고 있고, 지방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이 편입학을 통해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금년 한 해에 경북대 851명, 부산대 575명, 영남대 501명의 편입생 모집이 있었다. 입학 정원의 10%가 넘는 규모이다.

◆공공기관 지방분산 정책 잘못된 설계로 지역균형발전 절호의 기회 놓쳐

-2016년 이후는 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지방 혁신도시 이전이 완료된 시점이어서 지방분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오히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더 몰려가고 있다. 놀랍게도 공공기관이전 계획이 막 발표되었던 2004년 당시 한 신문에 게재된 ‘이효수 경제칼럼’을 보면, 정부 정책 실패를 분석 예측하고 정책 수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분산배치하면, 일자리 창출의 생태계 조성이 불가능하므로, 혁신도시를 전국 5개 이하로 대형화하여 광역시 위성도시로 건설하여 지방경제권의 핵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잘못된 정책 설계와 접근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영남권 공항 분리 건설로 메가시티 리전 건설을 위한 절호의 기회 놓쳐

-국가 제2관문공항으로서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영남권 메가시티 리전 건설’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였고, 그 이후 주요 신문 칼럼 및 《이효수 블로그》에도 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결국 정치권과 정부는 가득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으로 분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영남권 메가시티가 아닌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이효수 블로그》는 이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렇다. 영남권 공항 분리 건설 추진으로, 영남권은 실효성 있는 메가시티 리전을 만들어 수도권 블랙홀에 빨려 들지 않고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또 다른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메가시티 리전은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군을 말한다. 최근 인재와 일자리가 국경을 초월하여 메가시티 리전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선진 각국이 경쟁적으로 메가시티 리전을 구축하고 있다.

구미, 대구, 포항, 경주, 울산, 부산, 마산, 창원의 중심인 밀양에 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고 이들 도시들을 방사선으로 연결하면 메가시티 리전을 만들 수 있다. 영남권 전체 인구가 2023년 10월 현재 1천259만 명에 불과하다. 대경권 494만 명, 부울경 765만 명에 불과한 데, 인구추계에 의하면 이마저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영남권이 2개 공항, 2개 메가시티로 분리 접근하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어, 메가시티 리전을 실현할 수 없고, 중력의 법칙에 의하여 점차 수도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빠르게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10대 어젠다, 지금이라도 실행해야

-지금부터 16년 전인 2007년에 대구경북 고용인적자원포럼 대표로서, 대구경북 경제사회선진화 파트너십(DG-RESAP) 모델의 비전과 전략, 지식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대구경북 10대 어젠다’를 발표하여 당시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구경북 10대 어젠다를 보면, 16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대구경북을 위해 이것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당시 ‘지역 경제사회선진화 파트너십 모델(RESAP Model)’을 개발하였고, 이 모델은 2008년 OECD에서 영어판으로 출판되었다. 이 모델에 입각하여 대구경북 경제사회선진화 파트너십 모델의 비전과 전략, 대구경북 10대 어젠다를 설계했다. 당시 대구광역시장, 경상북도지사 등 대구경북 지역 관련 15개 부문 대표가 10대 어젠다에 사인하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실행단계에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실질적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에서 대구 경북이 공동으로 시너지 효과가 크고 실효성이 높은 대형 정책 과제를 개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대구 경북이 행정적으로 통합하고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어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 부합하는 비전과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청소년에게 희망과 능력을 부여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하자

-지역 발전에서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지역 청년들을 위해 어떤 투자가 필요한가?

△ 청소년들을 위한 세계적 규모의 ‘AI 월드’ 내지 ‘퓨처 월드’를 조성하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4D, 증강현실, 메타버스, CPS, 지능형 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 범용기술을 체험 학습할 수 있는 디즈니 월드와 같은 개념의 대규모 ‘AI 월드’를 만들자.

이곳에 어린이, 초등학생, 중학생 등을 위한 ‘디지털 네이티브 빌리지’를 만들자.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범용기술의 체험적 학습과 그것의 창의적 활용을 위한 ‘하이테크 파크’도 만들자. 기계언어를 학습하는 교육센터도 만들자. 그리고 청년들이 제4차 산업혁명 범용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을 일으킬 수 있는 ‘크리에이터 몰’을 만들자. ‘AI 월드’는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아야 하고, 단지 조성을 위한 충분한 토지가 필요하다. 영남대학교 정문 서쪽 편에 ‘AI 월드’를 조성하기 위한 최적지가 있다.

이곳은 대구지하철 2호선 영남대역에 붙어 있고, 대구 시내로 왕래하는 버스들이 많다. 대구 경산의 청소년들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접근하기 좋은 곳이다.

현재 이곳에 LH가 대규모 택지 조성 사업을 위해 경산시 임당 들판과 함께 토지를 수용한 상태이다.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최적지에 몇 백 세대를 위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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