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제외의 의미와 영향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제외의 의미와 영향
  • 승인 2023.11.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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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미국 정부가 7년여 만에 처음 한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즉, 미국 재무부가 금년 11월 6일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이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스위스를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미국 재무부는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과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매년 반기별로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연방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경상수지, 대미무역수지, 외환시장 개입 경향성 등을 분석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국’ 내지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역상대국이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즉, 미국과 교역을 하는 국가들이 환율을 조작(평가절하)하면 자국 상품의 수출을 촉진하거나 경제성장을 위한 수요를 조절할 수 있지만, 미국경제의 일부 부문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재무부는 무역촉진법과 종합무역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해 특정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법률에 따라 해당 국가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에 대한 제재 수단은 (1) 미국 기업의 해당 국가 투자 시 금융지원 금지, (2)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참여 금지, (3)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등이 있다.

미국은 2016년 당시에는 양자 교역 총액이 400억 달러 이상인 교역국을 조사대상국으로 했으나, 2021년 12월부터는 대미 교역액 기준 상위 20개 국가로 한정했으며 판정기준도 개정했다. 개정된 기준은 (1) 대미 상품 및 서비스 무역흑자 150억 달러 이상, (2)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3% 이상, (3) ‘연중 8개월 이상’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 3가지다. 이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국가는 ‘심층분석 대상국’이 되며,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재무부는 이번 하반기 보고서에서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심층분석 대상국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번 보고서에서 제외됐던 베트남을 다시 관찰 대상국에 포함해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모두 6개 국가를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무역촉진법 3가지 기준 중 2가지 기준(경상수지 흑자비중과 대미무역 흑자규모)을 충족해, 2016년 4월 이후부터 매번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수출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 이어 2회 연속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이 0.5%로 떨어져 ‘대미무역 흑자규모(380억 달러)’ 기준 한 가지만 충족해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한편, 오랜 기간 큰 폭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외환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환율 메커니즘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되었다고 해도 직접적인 이익은 없다. 다만 우리의 외환 정책과 환율 시장의 투명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됨으로써 갑작스러운 환율변동 시에 우리 정부가 환율 대응 수준을 높이더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거시경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 요건이 1년 동안 충족되지 않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만큼 거시경제 전반의 부진이 드러난 결과라는 점에서 보면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우리 수출이 회복되면 언제든지 다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환율조작 없이도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로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걱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강달러’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미국 내부요인 즉,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통화긴축정책(고금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강달러는 원유 등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 대비 자국통화의 가치하락 ‘완화’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달러 매도)해야 할 형편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재무부의 평가 결과 8개월 이상 달러의 ‘순매도국’으로 판정받았다. 주요 국가들이 달러 매도를 통해 자국 통화의 약세 방어에 나서는 것은 수출경쟁력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현재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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