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에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라는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지나가던 고양이는 저 글씨를 아는지 모르는지
물끄러미 쳐다본다
어디로 가야 하나?
슬픔과 공포가 가슴을 조이는 듯
두 눈에서 불꽃이 떨어진다
직장과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혀
생존의 몸부림을 치며
힘없이 떠도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길고양이 모습이 겹쳐진다
어깨가 축 처진 한 청년이
고양이 먹이를
몰래 두고 간다
◇정춘자= 경북 영주 풍기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졸업, 젊은 시절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1985년 아동문학평론으로 등단. 저서:동시집 ‘햇살 꽃송이’, ‘연어들의 행진’, ‘엄마 눈동자 속에’. 시집 ‘한잔의 차를 마시며’, ‘당신 별은 어디 있나요’(2021년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으로 선정되어 출간),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대구문인협부회장, 2022년 대구시 문화 예술상 수상(문학 부문).
<해설> 집에서 버려지면 길고양이가 된다. 길마저 고양이를 버리면 들고양이 혹은 산고양이가 된다. 요즘은 산적이 없지만, 과거의 산적들도 알고 보면 버려져서 생겨난 집단 아니었겠나? 버려졌다고 해서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다. 아마도 길고양이는 글을 읽었으리라고 시인은 추측하고 있다. 요즘 학력이 높은 젊은 세대임에도 직장이 없어 절망 상태로 빈둥빈둥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회의 단면이다. 시인은 길고양이들 통해서 세상의 단면을 시로 표현한 건 아닐까? 그래도 어깨 축 늘어뜨린 젊은이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간다는 건 세상이 따듯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희망 사항 아닐까?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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