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으로 해 뜨고
금빛으로 해 질 무렵
지난날을 갈무리하며
휘어진 잎새
씨줄로 살아온
갈래가 보인다
길쌈마냥 알뜰한 세월
소슬바람 불 때마다
서성이는 그리움
◇김숙이= 영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문학박사. 영남대학교 외래교수(전).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 ‘괭이밥풀꽃’, ‘오동보라’, 평론집 ‘백석시 연구’. 대구예술상, 이광수 문학상, 영남문학 문학상,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2회 연임), 국제펜한국본부대구지역회부회장(현),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해설> 서정이 물씬 묻어나는 시이다. 갈대를 노래한 수많은, 시인들 시에서는 보지 못한 또 다른 갈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살아온 한 생을 반추하면서 잘 지은 한 벌의 수의를 보는 듯, 갈대의 한 생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걸 말이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간 200편의 시평을 쓰면서 이처럼 서러움과 그리움이 물씬 풍겨 나오는 시, 전통의 맥을 이를 서정시가 왜 없나?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만나고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날을 갈무리하며 휘어진 잎새라든가 씨줄로 살아온 갈래가 보인다는 갈대의 깊은 관찰과 관조로 빛은 한 폭의 한국화이다. 갈대 속으로 마치 내가 걸어 들어가는 어떤 착각마저도 불러일으키게 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