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기다리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되는 일
단지 해 줄 수 있다는 게
아무 데도 마음 주지 않고
고작 기다려주기만 하는 일뿐
벌써 다 늙어버린 사람처럼
어두워져 돌아오는 하루의 저녁
말하지 않는다고 잊은 게 아닌 것처럼
진즉 마중 나간 오랜 시선 따라
끝 모를 먼 바람 꿈결 따라
긴긴밤 기다리던 그가 온다
그제야 제 어둠 제대로 빛나게 할
이 생애 땅끝, 어둑서니 망부석 하나
◇김병해=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가 나를 다녀가네’, ‘오늘은 너에게로 진다’, ‘아뜩한 절간’. ‘미래서정’ 동인. 2023 대구문화예술창작지원금 수혜.
<해설> 기다리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되는 일이 진정한 기다림이라는 것을, 시인은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단지 해 줄 수 있다는 게, 아무 데도 마음 주지 않고 고작 기다려주기만 하는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가를 시인은 시인하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는 그대란 어떤 존재인가? 기다림 끝에서 자신은 다 늙어 돌아오는 저녁에 서 있더라도 돌아오는 그를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망부석이 다름 아닌 시인 자신인 걸 알기에 기다릴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행복인 걸 시인은 또 알기에 시인은 스스로 망부석이 되어, 망부가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