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서삼열 ㈜다로리인 대표, 청도에 뿌리 내린 7가구…“공동체의 새 레퍼런스 만들 것”
[나는 청년입니다] 서삼열 ㈜다로리인 대표, 청도에 뿌리 내린 7가구…“공동체의 새 레퍼런스 만들 것”
  • 배수경
  • 승인 2023.11.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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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후배 6명과 2015년 정착
공동육아·농사 지어 농산물 판매
마을 체험 프로그램 공모 도전도
결속만큼 확장의 중요성 깨달아
“기존 공동체 변화 쉽지 않아
새 목표 기반 ‘재탄생’ 효과적
한 곳에만 소속될 필요 없어
다양한 곳에 소속·활동 권장”
서삼열-대표
다로리 마을 어르신들에게공동체의 변화과정과 앞으로의 도전을 설명하고있는 서삼열 대표.

△진짜 변화는 공동체의 재탄생에서부터 시작된다

“요즘 청년들 중에 공동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청년은 많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싫어할지도 몰라요.” 얼마 전 청년들과의 면담에서 한 청년이 했던 말이다. 요지는 학연공동체, 혈연공동체, 종교공동체 등 그동안 우리 사회가 공동체라는 단어를 활용하며 보여줬던 폐쇄성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되물어 질문했다. 공동체라는 단어를 대체할만한 단어가 있을지에 대해 말이다. 대답은 ‘커뮤니티’였다. 공동체는 커뮤니티고 커뮤니티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청년의 생각이 아이러니했고, 공동체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닌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제안한 의견이라는 점에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커뮤니티 자본이 미래의 부’라고 말이다. 얽히고설킨 여러 관계는 그 속에서 개인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내며, 공동체를 통해 성장한 개인은 또 다른 누군가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자본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즉, 혈연, 학연, 지연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공동체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사회현상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그 안에서 새로운 성장을 꿈꾸는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공동체의 모습은 과거 집단주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현실의 청년들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느슨한 연대를 지향한다. 지역사회가 당면한 인구, 사회, 경제문제의 해결을 원한다면, 진짜 변화는 공동체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경북 청도에서 만난 서삼열 대표(주식회사 다로리인)는 말한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는 ‘복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개발(재탄생)’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이다.

“기존의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재탄생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해요. 공동체가 지향하는 주제와 목표도 계속 바뀌게 될 수밖에 없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공동체가 변화된 주제와 목표를 수용하는 형태로 공동체가 재탄생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롭게 재탄생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재탄생의 의미를 기존의 공동체의 몰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이 하나의 공동체에만 포함되어야 한다는 룰은 없으니까요. 오히려 여러 공동체에 얼기설기 포함되어 있어야 더 건강한 사회죠.”

2015년, 같은 대학 선후배 일곱 가족이 청도군 화양읍 다로리 마을로 이사해 오면서 재탄생시킨 다로리 마을의 마을공동체는 지역의 문제해결 플랫폼으로서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받고 있다.
 

기념사진
다로리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온마음배움터 프로그램에서 기념사진을 촬영.

△청도 다로리마을 공동체 재탄생 시나리오는 구성원들의 신뢰가 바탕

서삼열 대표가 상상한 지역의 공동체 모습은 구성원 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했다. 운명이었을까? 대학시절부터 호형호제하며 우정을 쌓아온 선후배 6명과 함께 함께 20대 초반부터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시작은 서로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에 기반한 상상, 그리고 그 상상에 대한 서로 간의 공감이었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범위였던 그들의 상상은 상상 자체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과거의 마을 공동체는 마을 구성원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주면서 응원과 지지를 통해 결속력을 다져나가는 따뜻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거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선후배들의 만남이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다시 만나 구체적인 상상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운명이었던 것 같고요.”

상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그들의 다음 액션은 터전 만들기였다. 일곱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공동체적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는 터전 말이다. 나이도 직업도 가족 구성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과정에는 신중함이 요구됐다. 아이들 교육문제와 출퇴근 문제가 가장 컸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만에 찾은 터전은 청도군 화양읍에 위치한 다로리였다. 660평 땅을 구해 목조주택을 지으며 미래를 함께 상상했던 이들은 집이 완성되자 당시 유치원생,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을 공동육아 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 나갔다. 함께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가공·판매 하는 등 공동의 경제활동이 가능할지에 대한 실험도 했고, 마을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해 정부사업에 공모하여 마을활성화 실험도 이어나갔다.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주잠깐 한때는 공동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구성원도 생겨났다.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들은 예기치 못한 갈등상황을 만들어 냈다. 구성원 간의 갈등은 지역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려준 소중한 기회였다. 이때부터 결속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동체의 확장에 집중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고자 다로리 마을을 매력적인 마을로 만들어 가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지역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계시던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했다.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재탄생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서대표의 설명이었다.

“갈등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죠. 부부간에도 다툼은 당연한 건데요. 어떤 공동체든 갈등은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신뢰가 더 중요하죠. 저희의 경우에는 20년간 함께 해온 시간과 우정이 갈등 상황을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풍성해지는 커뮤니티를 꿈꾸다

“지금 다로리에는 230명 정도가 살고 있어요. 이주해 온 저희 일곱 가족은 눈에 띄는 젊은 사람들이죠. 어른(청년)이 14명, 아이들이 16명이거든요. 미세한 갈등도 있었지만 저희가 다로리로 들어와서 정착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일곱 가족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거든요.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행복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바람으로 다로리에 들어오게 됐고, 개개인의 행복한 성장과정이 지난 시간들에 대한 자부심이 되길 소망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거거든요. 어쩌면 저희가 생각했던 목표에 많이 근접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서대표와 구성원들이 한 마을에 정착하여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사건은 특별함 그 자체이다.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있지만 서대표가 말하는 공동체 생활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다로리의 공동체는 마을 안에서 서로의 기쁜 순간과 힘든 순간을 함께 하는 것 정도입니다.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공동육아로 시간을 함께 아껴 쓴다던지, 고민이 있을 때 마을 어귀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아군이 늘 곁에 있다는 정도예요. 사실 이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 아닐까요?”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풍성해지는 커뮤니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저는 다로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돈을 벌고 있지만 장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여기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모였다 흩어졌다가 반복되고 있어요. 저는 이 생각들을 모아 마을에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20여 년 전 20대 초반 청년들의 생각들이 모여 현재의 변화된 삶을 만들어 낸 것처럼 지역의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새로운 레퍼런스를 탄생시켜 나가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결국 이러한 작업들이 먼 훗날에는 지역의 귀한 자원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역과 함께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면 풍성한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될 수 있겠죠”

지역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자신과 가족, 공동체의 성장을 꿈꾸고 있는 서삼열 대표는 지역사회의 대체 불가능한 혁신 리더이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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