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등에 업힌 엄마 하늘 문까지 배웅하고 와서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둔 은비녀. 어쩌다 서랍 문 당겨보면 아픈 허리 다 나았냐고 물어보는데
언제나 내 응답은 예나 지금이나 끄덕이는 고갯짓
울먹해진 내 눈가를 재빨리 읽어버린 은비녀는 앗! 흙빛 얼굴이다. 앞뜰 단풍나무 붉게 물들기가 몇 번째인지, 잊어버린 내가 하늘 안부 묻는다
나 따라갈 하늘길. 언제 열리냐고 아직 멀었냐고 은근슬쩍 물으면 그렇다는 말 대신 하얗게 웃는 은비녀
◇이승권= 대구 출신. 계간 ‘문장’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근작 시집 ‘귀띔’이 있음.
<해설> 늦깎이로 시를 공부해서 등단하고 시집까지 낸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번에 세상에 내어놓은 그의 시집은 첫 시집이다. 바로 이 시 <귀띔>이 시집의 표제이기도 하여 이 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미 이승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은비녀가 이 시의 매개물이 되고 있다.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둔 은비녀는 아마도 변색을 통해 시인의 말 걸기에 대답하는 걸로 보아 이승권 시인의 시는 사물들과의 말 걸기 즉 모든 세상의 사물들과의 나름에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기에 잘 갖춘 시인이다. 은비녀가 건강하게 한참은 더 좋은 시를 쓰겠다. 귀띔으로 알려주니, 앞으로 더 좋은 시를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