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청년 국악인에 음악적 토양 제공하고 싶어”
김수동 “청년 국악인에 음악적 토양 제공하고 싶어”
  • 황인옥
  • 승인 2023.12.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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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 창단 연주회…5일 서구문화회관
12살부터 사물놀이패 단원 활동
2016년 아트컴퍼니 ‘그루’ 설립
대학 졸업 후 설 무대 없어 막막
환경 열악해도 실력으로 승부수
전통 기반 창작 더해 새 국악 제시
타 장르와 컬래버레이션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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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컴퍼니 그루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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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 대표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기를 희망해요.”

나무는 공기에 어깨를 기대서 자리를 잡고, 공기는 허공이 있어야 흘러 갈 수 있듯이, 인간 또한 누군가에 기대며 만물의 영장으로 성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지치고 힘들 때나 세상의 환호를 받고 있을 때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 줄 대상을 가졌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위로가 필요할 때 어깨를 토닥여주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고 찬란하게 빛날 때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등불이기 때문이다.

◇ 청년 예술가들에게 그루터기가 되겠다는 지역 유일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 창단연주회

아트컴퍼니 ‘그루’와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의 대표인 김수동이 지역에서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배경에는 “젊은 국악 연주자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야겠다”는 각오가 자리했다. 그는 2023년에 지역 유일의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인 ‘그루’를 창단하고, 5일에 창단 연주회 ‘젊은 예인 발굴 프로젝트Ⅰ’ist‘를 서구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2023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통예술공연활동지원 사업으로 열린다.

국악 오케스트라인 ‘그루’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루’의 전신인 사물놀이 ‘등불패’의 역사부터 언급해야 한다. ‘등불패’는 김진태 (사)신명난놀이문화 대구지부장이 이끈 풍물패였다. 김 지부장은 당시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볼보는 사설 복지 시설 ‘작은 등불의 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국악을 전공한 그는 원생들에게 국악기를 가르쳤다. 원생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자 사물놀이 ‘등불패’를 만들어 활동을 도왔다.

김수동 역시 12살부터 김 지부장으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웠다. 사물놀이패 단원이 되기에는 나이가 어렸지만 자연스럽게 ‘등불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등불패’의 활약상은 전국을 놀라게 했다. 각종 전국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 인연으로 그는 경북대 국악학과 진학해 국악인으로 길로 접어들었고, ‘등불패’에서 활동했던 단원 중 일부도 국악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등불패’ 단원들 중 일부는 ‘그루’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국악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젊은 국악인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2016년에 아트컴퍼니 ‘그루’를 설립했다. “전통과 창작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 아트컴퍼니 ‘그루’의 목표였다. 그는 아트컴퍼니 ‘그루’의 방향성에 부응하는 다양한 기획들을 선보였고, 그 연장선에서 더 많은 청년예술가들의 음악적 성장을 위한 국악 오케스트라 ‘그루’를 창단했다.

처음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인 ‘그루’를 창단할 때의 마음은 “젊은 국악인들에게 그루터기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젊은 국악인들이 길을 잃고 막막할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자는 것이 목표였다. “청년 국악인들에게 비옥한 음악적 토양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루’를 창단하기까지 지역의 열악한 국악 환경이 한몫했다. 그의 주변에는 끼와 열정으로 뭉친 청년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무대는 적었고, 졸업 이후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잊혀 지는 청년 예술가들이 늘어났다. 특히나 국악 오케스트라 반주로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결국 오케스트라 창단이라는 큰 일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설 무대가 없어 막막할 수밖에 없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시립국악단이나 도립국악단 단원이 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했어요. 그들이 더 큰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한 장이 필요하단 판단을 국악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어요.”

주변에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 창단에 대한 뜻을 밝히자 “함께 하겠다”는 청년 국악인들이 의사를 전해왔다. 현재 정식 단원은 20여명 수준이고, 연주회가 결정되면 객원 연주자들이 가세한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 실력으로 신뢰 쌓아 지역을 대표하는 민간 국악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그의 나이 이제 37세다. ‘그루’를 창단하기까지 스스로 “국악 오케스트라 운영자가 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고민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운영비 조달이 큰 문제였다. 그러나 닥쳐올 난관보다 창단의 당위성이 더 크게 다가왔고, 결국 창단을 결행했다. 그렇다고 그의 앞에 버티고 있는 난관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오케스트라가 “단원들과 함께 음악적으로 성장하겠다”는 뜻과 열정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정곡법을 언급했다. 좋은 연주로 계속해서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먼저 그루의 실력을 쌓고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그루’를 각인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신뢰를 쌓아 무대에 많이 오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성필 대구시립국악단 악장이 지휘를 맡아 진행하는 이번 창단연주회에서 ‘그루’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모두 6곡, 8작품을 연주할 이번 공연에서 첫 연주곡 국악관혁악 ‘달빛 향해’를 제외한 나머지 곡은 모두 단원들을 협연자로 한 무대로 펼쳐진다. ‘달빛 항해’에선 열악한 환경이지만 희망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국악 관현악단 ‘그루’의 의지를 어두운 밤 달빛을 등불 삼아 거친 바다를 나아가는 항해에 은유한다. 이날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은 35명이다.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 협주곡 ‘푸른 사막의 여정’(이정호 작곡)은 가야금 석선경, 소금협주곡 ‘초소의 봄’(편곡 박위철)은 휘슬 한형동, 해금협주곡 ‘공수받이’(작곡 김영재)는 해금 전시현과 협연한다. 소리꾼과의 협연무대로 다채롭다. 쑥대머리(편곡 조원행)는 양수진, 서도난봉가(위촉 김단희)는 김단희, 민요연곡(작곡 이준호)는 양수진과 김단희, 모듬곡 협주곡(작곡 이정호) ‘Heart of Storm’은 ‘그루’의 대표이자 모듬북 연주자인 김수동이 협연한다.

오케스트라 운영자인 그는 단원들의 구심점이다. 단원들의 화합을 이끄는 것이 그에게 중요한 과제로 주어진다. 그러나 개인의 개성과 악기마다의 특성이 분명 존재하고, 오케스트라 합주지만 그런 개별성은 불쑥 불쑥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때 그의 역할이 커지는데, 그는 단원들이 서로 양보하며 조율해 가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명망 있는 국악인들의 참여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선 양성필이 구심점이 된다.

“오케스트라도 솔리스트에게 양보하고, 솔리스트도 오케스트라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량을 발휘해야 좋은 아티스트로써 좋은 무대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조율에 있고, 저는 그런 조율 과정을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번 창단 연주회는 국악인들로만 구성되지만, 향후 ’그루‘는 전통을 기반으로 전통과 창작의 협공을 펼치며 새로운 국악을 제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전통과 현대무용, 발레 등 타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열어둔다. 서양 음악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다가가는 음악적 모색을 하는 한편, 이를 통해 국악의 인지도와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

대중에게 서양음악은 익숙하고 국악은 낯설다. 우리 음악의 뿌리인 국악의 ’황·대·태·협·고·중·유·임·이·남·무·음‘라는 12음계는 몰라도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서양 음악의 7음계는 누구나 아는 것이 현실이다.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국악인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사명이다. 그 역시 이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중과의 소통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대중적인 요소들을 접목하겠다는 의지 속에 그런 그의 신념이 녹아있다. 그렇다고 전통을 훼손하는 것은 그의 지향과는 거리가 있다. 전통을 계승하되, 현대인의 눈높이에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대중과 소통력을 높이기 위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전통적인 요소를 훼손하는 것은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일 수는 없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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