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돌려차기’ 20대 징역 50년 선고
‘대구판 돌려차기’ 20대 징역 50년 선고
  • 윤정
  • 승인 2023.12.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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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중처벌로 ‘국내 최장’
“피해자·가족 정신·육체적 충격
피해 회복 위한 노력 하지 않아”
묻지마 범죄에 경종 울린 판결
대구 북구 한 원룸에서 일어난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재판에서 법원이 피고인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이는 유기징역형으로는 법에서 정한 국내 최장기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국내 유기징역 상한은 30년이지만 가중처벌을 하면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강간등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 괴로워하고 있고 피해자들 가족들도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심각한 정도의 충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훨씬 무겁게 살인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선고형을 내렸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로 해석된다. A씨의 범행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상대로 사전에 치밀하게 성폭력 범죄를 계획한 데다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에게 살인을 시도해 사안이 매우 중하고 죄질이 몹시 나쁘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큰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징역 50년 선고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라며 “이번 선고형이 국내 최장기 유기징역형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13일 발생했다. 배달기사로 일한 적이 있는 피고인 A씨는 이날 오후 10시 56분께 대구시 북구 한 원룸에 귀가 중이던 B(23·여)씨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하려 했다. B씨는 왼쪽 손목동맥이 잘리는 등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때마침 B씨의 남자친구 C(23)씨가 들어와 A씨의 범행을 제지했다. A씨는 원룸 복도에서 C씨 얼굴·목·어깨 등에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심각한 상해를 가했다.

C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고 수술 후 40여 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으나 영구 장해를 입었다.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어 11살 수준의 인지 능력이 된 것이다.

A씨는 현장에서 도망쳤으나 경찰이 오토바이 번호판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3시간여 만에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 전부터 인터넷에서 ‘강간’, ‘강간치사’, ‘강간자살’, ‘○○원룸 살인사건’ 등을 검색하고 원룸에 사는 여성을 노리는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21년 7월에도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알몸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발생 당시 이 사건은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여전히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B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믿기지 않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묻지마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법이 제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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