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립국악단 정기연주회, 창단 31년만에 첫 유료 티켓…결과는 ‘전석 매진’
경북도립국악단 정기연주회, 창단 31년만에 첫 유료 티켓…결과는 ‘전석 매진’
  • 황인옥
  • 승인 2023.1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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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고령 대가야문화누리
박경현 상임지휘자 실험 ‘대성공’
3만명 고장에 7백석 가득 찰 예정
남상일·정미애 협연 무대도 마련
2년간 도민과 거리 좁히기 성과
지역 밀착형 무대로 호응 이끌어
단원들 도전 정신·유대감 등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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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립국악단 공연 모습.
 
박경현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
박경현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
박경현 경상북도립국악단(이하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고령 대가야문화누리 우륵홀에서 열리는 제166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싶어졌다. “무료 공연을 유료로 전환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지난 2년간 다양한 새로운 음악들로 관객과 만나왔지만 무료로 입장한 관객수로 평가 받는 것은 성에 차질 않았다. 결국 166회 정기연주회는 1층 1만원, 2층 5천원의 입장료로 유료화했다. 경북도립국악단의 제166회 정기연주회는 6일 오후 7시 30분에 고령 대가야문화누리 우륵홀에서 열린다.

◇ 경북도립국악단 유료 티켓 판매 전석 매진 기록

막상 유료 공연을 결정하고 티켓을 오픈했지만 과연 유료 공연일 때도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아 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 고령 대가야문화누리 우륵홀 7백석이 가득 찰 예정이다. 인구가 고작 3만인 농촌의 읍면소재지에서 거둔 성과치고는 의미가 큰 기록이다.

그가 “경북도립국악단이 창단되고 31년 만에 유료 티켓을 오픈했다”면서 “예상을 깨고 전석 매진의 성과를 올렸다”며 활짝 웃었다.

대도시에서도 국악 공연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감안하면, 농촌이라는 소규모 지역에서 유료 공연으로 매진을 이끈 것은 대단한 성과다. “도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지금까지의 노력들에 대한 평가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는 지난해 4월에 경북도립국악단에 부임한 이후 지난 2년간 상임지휘자로 활동해왔다. 임명직 공무원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는 유료 티켓을 통해 스스로를 평가의 중심으로 밀어 넣었다. 어떤 평가든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자리 보존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어서 그의 선택은 용기일 수밖에 없다.

유료 티켓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경북도민들의 경북도립국악단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그가 꾸준하게 영남지역의 새로운 음악을 제시하며 도민들에게 다가갔고, 그런 행보가 도민들과 국악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 지난 2년간 그가 바라본 것은 영남이다. 오직 ‘영남지역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 지난 2년간 영남 지역의 새로운 음악 제시로 도민들과 거리 좁혀

과거에는 지역마다 음악적인 색깔이 분명했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성이 무너지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음악에서 지역적인 색깔을 되찾는 것이다.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영남 지역의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는 일은 그에겐 영남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경기지역은 서울경기음악을, 전라도는 남도 음악이 있듯이, 영남지역에서는 영남지역의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남지역의 새로운 음악을 제시하자는 철학에 따라 경북도립국악단이 지난 2년간 영남의 전통 리듬이나 멜로디를 기반으로 창작하고 연주한 작품은 8곡이다. 그는 8곡 중에서 한 곡만 명품이 나와도 성공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명곡으로 살아남은 곡들은 그 시대의 수없이 많은 곡들 중의 극히 일부입니다. 지금 저희가 시도하는 곡들 중에서 한 곡만 살아서 명곡이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다고 봅니다. 국악이 계속해서 역사를 써 가는 것이죠.”

박경현 지휘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을 이수자다. 전남대(국악기악), 원광대 대학원 국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 및 악장으로 한창 활약할 때 안정적인 기반을 버리고 과감하게 스페인왕립학교로 유학을 떠나 지휘과정을 수료하며 지휘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 민속악 전문가인 상임지휘자의 강점 경북도립국악단에 접목

그는 연주자 출신의 지휘자가 가지는 강점도 경북도립국악단에 접목해왔다. 특히 무속음악 권위자로서의 역량을 도립국악단에 녹여내 왔다. 이번 연주회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판굿도 무속음악이다.

송년음악회를 겸하는 이번 정기연주회에선 박경현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판굿과 국악관현악,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 음악부감독인 소리꾼 민정민과 이 시대의 명창 박애리와 남상일의 소리가 어우러진다. 여기에 고령군을 대표하는 피닉스팀과 미스트롯 1대 선인 가수 정미애의 협연 무대도 마련된다.

그가 경북도립국악단에 부임하고 또 하나 역점을 기울인 분야는 민속악이다. 국악은 정악과 민속악으로 분류된다. 그는 경북도립국악단은 ‘정악’으로는 더 이상 손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8대까지의 상임지휘자를 거치면서 정악에 집중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민속악 전문가로서 도립국악단에 민속음악으로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속악이 정악과 함께 도립국악단의 또 하나의 에너지원이 되기를 바란 것. 그는 이런 시도야말로 “도립국악단 레퍼토리의 다양화와 단원들의 역량 확장”에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넓은 행정 구역 누비며 문화 소외 지역 찾은 것이 보람

경북도립예술단을 국립이나 시립예술단과 차별화하는 가장 큰 요소는 공연 장소다. 국립이나 시립의 경우 정기연주회는 예술단이 상주하는 공연장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도립예술단의 경우 경상북도 행정 구역을 이동하며 연주를 펼쳐야 한다. 각 지역마다 특유의 전통과 문화가 존재한다. 국악도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공연 지역이 정해지면 다양한 방면에서 그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역사나 문화는 물론이고 음악적인 부분까지도요.”

사전에 지역에 대해 조사한 충분한 자료를 근거로 공연의 레퍼토리를 짜고, 협연자를 물색한다. 필요하다면 창작곡도 의뢰한다.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곡을 선택하거나 새롭게 창작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를 찾아 협연자로 낙점하는 것. “청송에서의 공연이 확정됐을 때 청송송소고택을 떠올렸어요.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松韶 沈琥澤)의 고택이었죠. 그 콘텐츠를 모티브로 월인천강지곡이라는 소재로 곡을 의뢰했어요. 지역적 특성에 최적화된 공연을 올린 것이죠.”

당연히 지역 밀착형 무대를 바라보는 지역 관객들의 호응도는 높았다. “지역의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지역의 연주자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 것이 경북도립국악단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새로운 음악들을 만드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전통을 무시한 창작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는 “모든 창작은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전통을 깔고 있어야 작품성이나 품격에서 창작의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행정구역이다. 도내 공연장을 이동하며 공연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보람은 크다. 문화소외 지역에 수준 높은 국악 공연을 선사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특히 그는 평생 제대로 된 공연을 한 번 도 본 적이 없는 오지 지역의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찾아가는 공연을 꾸준하게 진행해 온 것을 보람으로 꼽는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요나 트로트곡 연주도 마다하지 않으며, 오지 도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노력해왔다.

“오지계신 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올해는 15회의 찾아가는 공연을 했는데, 내년에 예산이 허락되면 30회로 늘리고 싶어요.”

◇ 전석 매진 일등공신으로 단원 지목

그가 경북도립국악단이 새로운 역사를 써 올 수 있었던 공을 단원들에게 돌렸다. 경북도립국악단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모두 창단멤버로 연륜이 깊다. 변화에 부정적일 수 있는 위치지만 단원들은 그의 새로운 시도에 호응했다. “단원들이 지지해 주셨어요. 물론 힘은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중년에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저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경북도립국악단의 실력은 그들보다 10배나 예산이 많은 국악단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그. 특히 이동하며 공연하는 특성상 단원들의 끈끈한 유대감은 경북도립국악단의 자랑이다. 물론 익숙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점이 크지만 열악해서 더 끈끈해지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든 여건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이유다.

하지만 홍보 부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무료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지만 홍보가 원활하지 않아 소도시의 객석 점유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정기연주회 티켓이 유료인데도 매진되는 것을 보면 경북도립국악단에도 매니아층이 생긴 것 같아요. 이 기세를 몰아 저희가 더 몸으로 뛰면서 많은 도민들이 좋은 국악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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