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정거장을 가지고 싶어 대숲에 든다
마디 생길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듯
대나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디가 많다는 건 걸어온 길 굴곡이 많았다는 것
정거장에는 가야 할 곳이 빼곡히 적혀있다
마디에서 쉬어 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거센 폭풍우를 만나면 뒤돌아 가기도 하고
또 마디가 생기면 뒤돌아볼지언정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다음 마디 어디쯤에서 허리 묶고 오랫동안 쉬어보리
올라갈 마디 하나하나는
내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작은 몸집의 발톱 어여쁜 새들은 들어줄까
무심이 앉아도 미끄럽지 않을 마디에
“쉼”이란 글자 하나 볼록하게 새긴다
◇오영희=1966년 단양 출생. 2013년 국보문학 등단. 대구문인협회회원. 수성구 문인협회 사무국장. 재능시낭송협회 대구지회장 역임 영남문학낭송가협회 총회장 역임. 현)나다음시경영연구소장. 현)나다음에듀 대표 . 저서: 자기 계발 꿈들의 합창 2015 샘& 파커스 산문집 감성촉촉 2019 동아문화사. 시집: 다시, 애썼다 피워내느라가 있음.
<해설> 오영희 시인의 시< 대숲에서>는 그가 가지는 시인으로서의 탁월한 감각과 예리한 눈길을 읽을 수 있다. 바쁜 삶을 잠시 쉬고 싶으면 시인은 대숲을 찾는 걸로 보이는데.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는 대숲에서 대나무를 관찰하고 얻어낸 직관들이 길과 마디로 이어지면서 초록의 정거장을 만나게 된다. 동시에 대나무의 매듭에 걸터앉은 작은 새의 몸동작과 나 또한 대나무가 되어 이웃에게 어떤 희생과 배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의 결이 참으로 곱고 맑다.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