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댄스프로젝트 장현희의 춤 ‘인간의 감정’, “서로의 다름 인정하고 감정적 자유 경험해보길”
장댄스프로젝트 장현희의 춤 ‘인간의 감정’, “서로의 다름 인정하고 감정적 자유 경험해보길”
  • 황인옥
  • 승인 2023.12.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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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검은 바다에 감정 대입한 영상
파멸하는 인간 담은 ‘보이첵’
장현희 ‘휴먼 이모션’ 3막 구성
콜드·폭풍 다양한 감정 전달
“자기중심적 시선서 오류 발생
인간 감정 존중 받고 있나 의문
무용수들 해방감 느꼈으면 해
의견 나누고 춤추며 감정 표출”
다시-2021년작이윽고존재
장댄스프로젝트의 2021년작 ‘이윽고, 존재하는’ 공연 모습.
 
장현희 프로필 사진
안무가 장현희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잘 살고 있다”고 자족하다가도, 사회적인 관계가 틀어지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인간이다. 갈등의 본질을 파고들면 결국 ‘다름’의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인정한다”는 것의 차이는 크다. 말장난 같지만 이론과 실천이라는 간단치 않는 문제다. ‘다름’을 인정하면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풍요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지만, 독선과 아집은 사람들을 집요하게 옭아맨다. 존중받고 인정받지 못할 때 절망과 분노는 깊어간다.

안무가이자 장댄스프로젝트 대표인 장현희의 춤이 향하는 종착지는 언제나 ‘인간’이다. 예술이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그는 춤이라는 매체로 인간의 삶과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고 싶어 한다. 그의 궁극적인 주제인 ‘인간’은 두 가지 차원에서 탐구된다. 첫째는 자기 자신이다. 먼저 자신을 직시하고 이해한다. 이후 탐구 대상을 주변과 세상으로 확장한다. 개체로 시작해 공동체로 확장하며 주제의 보편성을 확보한다.

“제 춤의 목표는 관객들의 마음에 정화와 치유를 드리는데 있습니다.”

‘2023년 제14회 장댄스프로젝트 장현희의 춤’ 공연의 주제 또한 어김없이 ‘인간’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인간의 감정(Human emotion)’에 초점을 맞춘다. 공연은 7일 오후 7시30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권승원, 박정아, 권준철, 장요한, 최동현, 정성준, 김영주, 김도연, 이서현, 백찬양, 신혜민, 조영근, 김소희 등의 무용수가 이날 무대를 꾸민다.

이번 작품은 ‘인간의 감정은 존중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누군가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제3자가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경험과 정보, 지식,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이라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 상태는 천차만별이라는 논리였다.

타인의 감정을 100% 이해할 순 없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 할 수는 있다. 인정과 존중을 통해 인간은 자존감을 키우고, 감정적인 평화를 얻는다. 그러나 세상의 잣대는 늘 편협하고 독선적으로 흘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좌절과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타인의 감정에 대한 존중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기준과 시선으로 판단하며 단정지어왔고, 거기서 오류가 발생해 왔습니다.”

이날 공연은 3막으로 구성된다. 하우스오픈 퍼포먼스, 오프닝공연, 메인공연 등이다. 하우스오픈 퍼포먼스에선 명작을 떠올리는 액자에 파도치는 검은 바다 영상을 상영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파도가 일렁이는 검은 바다에 은유한 작품이다. 이어 권준철 안무가의 보이첵을 각색한 무용극 ‘보이첵’으로 인간 감정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메인공연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춤적 서사인 장현희 안무의 ‘Human emotion’으로 펼쳐낸다.

극무용 ‘WOYZECK(보이첵)’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한 채 사회의 발전과 인간의 욕심으로 무참하게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팀베이비슬로우(Team BABYSLO) 권준철 대표의 안무와 연출, 극단 폼(FORM) 김소희의 각색(대본)으로 극담폼 대표 조영기의 연기와 권준철, 최동현, 정성준, 백찬양의 움직임이 무대를 장악한다.

극무용 ‘보이첵’에서 연극적 요소로 인간의 세태를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봤다면, 메인공연에선 인간의 감정에 한 발 더 다가간다. ‘cold‘, ’폭풍(마음의 바다)’, ‘좋은 사람(슬픈 눈), 사막의 먼지(존재) 등 총 4개의 소주제로 서사가 진행된다. 각각의 주제는 솔로 무용수가 주제에 맞는 감정 상태를 춤으로 형상화하고, 동료 무용수들이 측면에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춤으로 형상화한다.

장현희는 천상 춤꾼이다. 대구시립무용단 차석무용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전문사(석사), 단국대 무용과 박사 과정 거치며 이론과 실기를 다졌다. 장댄스프로젝트 창단은 그의 춤을 서사화하는 장이 됐다. 장댄스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사회인식에서 비롯된 다양한 현상에 대한 탐구로 사회와 그 구조로부터 인간 삶의 의식과 가치의 관계성에 대해 춤의 본질적 접근을 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예술의 미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로의 작업들에 몰두해 온 그는 시대와 공간의 경계에서 해체와 융합, 재생성을 통해 춤적 의미를 구현해왔다.

장현희의 안무가적인 본성은 무용수들과 안무를 짜는 단계부터 드러난다. 그는 철저하게 무용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안무를 완성해간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용수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그의 스타일은 발현되고 있다. 인간을 주제로 하는 만큼 무용수들과의 대화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다양하게 포착하려는 의도가 강하지만,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포석도 이면에 깔려있다.

사실 그의 사회생활은 상처로 얼룩졌다. 솔직한 성격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당돌함으로 비쳐질 때도 있었고, 그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는 그것이 자신만의 경험은 아닐 것으로 판단했고, 그런 경험이 개성과 다름에 대한 의식적 탐구의 시작점이 됐다. 오랜 사유의 결과, 그는 무용수들에게 발언권을 한껏 열어주는 것으로 무용 활동 속에서 다름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막상 무용수들과의 대화에서 질문이 오고가자 무용수들은 당황해 했다.

“대화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용수들이 당황해 했지만 대화가 반복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 내는 장으로 활용됐어요. 그러면서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는 늘 그렇듯이 이번 공연에서도 감정적으로 주눅 든 무용수들에게 해방감을 주자는 것이 그의 기획 의도였다. 그 의도는 이미 절반은 성공하고 있다. 이번 안무 속에 그들의 감정상태가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 이는 장현희가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무용수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 감정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표출하도록 하고 싶었죠. 다름에 대한 인정은 곧 풍요로운 세상과 연결되니까요.”

결국 그가 바라는 바다는 고요한 바다다. 그는 삶에서 희노애락이라는 다양한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지만. 노력하면 자유에 가까이 다가 갈 수는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산다. 그가 “우리가 수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이 곧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였다. “이번 공연이 춤의 자유와 감정의 자유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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