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껍질을 벗길 때마다
온전하게 녹여줄 수 있겠다 믿었지
부끄러움도 녹으면 녹을수록
비닐에 둘둘 말린 삶보다 나을 거라는
볼멘소리 수도 없이 들었지
닫힌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살갗에 달라붙는 껍질도 있다지
너의 겨울이 막연했더라도
입안에서 소멸을 오래 굴려
여운도 없이 사라지길 기도했겠지
순간 참지 못해 빠지직 깨물고 마는
성깔머리는 어찌할 수 없지
내게로 건너온 화두 하나가
찬바람 귀갓길 내 뒤를 살금살금
배고픈 고양이 눈처럼 따라오겠지
◇김건희=2018년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대구시인협회, 문인협회, <형상시학회>회원.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가 있음.
<해설> 이 시의 배경에는 일상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닫힌 사람 앞에서 한 알의 알사탕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시인은 아마도 호주머니 속에서 손으로 만지고 있나 보다. 하루의 피곤을 달래 줄 수 있을 거라고 축 처진 어깨로 나선 퇴근길에서 우연히 호주머니에서 만난 알사탕의 말은 “뿌연 껍질을 벗길 때마다 온전하게 녹여줄 수 있겠다 믿었지/ 부끄러움도 녹으면 녹을수록 /비닐에 둘둘 말린 삶보다 나을 거라는 /볼멘소리 수도 없이 들었지” 이다. 그런 알사탕의 말에도 시인은 순간 참지 못해 빠지직 깨물고 마는 자신의 성깔머리는 어찌할 수 없지. 라며 자신을 힐책하고 있다. 알사탕과 길고양이 배고픈 눈 사이로 난 길을 시인은 지금 걸어서 주머니에 알사탕을 넣어둔, 열린 누군가를 향해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