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아! 박근혜 전 대통령
[윤덕우 칼럼] 아! 박근혜 전 대통령
  • 승인 2023.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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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구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말씀하셨다. 평소처럼 시종일관 꼿꼿한 바른 자세로…. “이사 온지도 1년6개월이 지났는데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지역 언론인과의 만남이 늦어졌다”며 “올해를 넘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늘로 약속을 정했다”며 미안해하셨다.

간담회 분위기는 너무 화기애애했다. ‘인내의 화신’이다. 도대체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인내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 시간 동안 마주하며 느낀 심정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모진 인생을 산 정치인은 없다.

올해 71세. 1952년 2월2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이에 대구시 삼덕동1가(현 중구 동성로5길25)에서 태어났다. 12살이 되던 1963년, 아버지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서강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교육자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으나 같은 해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에게 피살되자 교육자의 꿈을 접고 귀국했다. 육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5년 후인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마저 서거하자 16년 만에 청와대에서 퇴거, 부모님이 없는 사저로 돌아가 공식석상에서 잊혀졌다.

1997년 11월, IMF 사태를 계기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고심 끝에 정계에 입문했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지역구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엄삼탁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제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역풍으로 기존 한나라당이 몰락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당대표로 선출돼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위기에 빠진 당을 구했다. 이어 2006년엔 ‘커터칼 피습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각종 선거에서 이겨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2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4일 특별사면됐다. 2017년 3월31일 구속 수감된 뒤 1736일(4년9개월)만의 일이다. 참으로 모진 인생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아래 전직대통령법)’ 제 7조에 따르면, 전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거나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됐을 경우 ‘필요한 기간의 경호나 경비’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예우는 모두 박탈된다. 따라서 연금도 없다. “생활비는 남동생이 도와준다”고 하셨다. 현재 전직 대통령 중,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인물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삶이 이럴진데 박 전 대통령은 웃으시며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 같다”고 하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회고록이 내년 1월 중으로 출간된다. 아직 회고록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께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얘기 도중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도 술회했다. “시간이라는게 뭐 돌아보면 어느 새 가는거라 잡아둘 수도 없고 하루하루를 그냥 충실하게 사는 길 밖에는 시간을 아끼는 길이 없어요. 도 닦는 분들이 쓴 글 같은 걸 보면 사람이 현재를 살고있다고 하지만 사는 것은 순간 순간의 찰나인데 현실을 사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미래가 불안해서 걱정하고 막상 자기가 발을 딛고 있는 이거(현재)는 안중에 없이 산다는 거죠. 제가 구치소 있을 때 조그마한 땅뙈기에 개미가 무척 많았어요. 그런데 자기 몸집보다 큰 벌레를 여러 마리가 나르며 너무 열심히 일하는거예요. 벌도 하루 종일…. 그래서 찰나를 충실하게 사는 거는 벌과 개미구나. 사람은 열심히 도를 닦아도 저렇게 안되는데 벌과 개미는 그것도 안하고 잘하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내공을 보는 듯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모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지지자의 편지에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선동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그 생명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은 한 줄기 빛조차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내동댕이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를 지지하고 믿어 주시는 국민이 계시기에 잘 이겨낼 것”이라며 “어둠은 여명이 밝아오면 자리를 내주면서 사라질 것이고,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진실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 박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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