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총선의 대장정은 시작되었건만…
[목요칼럼] 총선의 대장정은 시작되었건만…
  • 승인 2023.1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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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 논설위원, 행정학박사
지난 12일 내년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의 지역구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다. 예비 후보 등록은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 공식 선거운동 기간(내년 3월 21~22일)전 일정 범위 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서 현역 정치인과 정치 신인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된 제도이다. 즉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 현역 의원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신인들에게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유권자들에게는 자신의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등록한 후보자들은 선거법에 따라 후원회 설립, 선거사무소 설치 등 선거 준비를 위한 일정 범위 내 활동을 보장받음으로써 현역 의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히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가 지난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현수막 설치 기간, 일반 유권자 선거운동 제한 등에 대한 규정이 완화됨으로써 예비후보자들은 선거 운동이 훨씬 원활하게 되었다. 즉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과 법에서 정한 방법(후보자가 직접 명함을 주는 행위 등) 외에 선거운동을 위한 유인물 배포를 금지하는 기간도 선거일 18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줄어 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 등을 제외한 사람이 어깨띠 등을 두르면 안 됐지만, 이번 총선부터는 일반 유권자도 선거 기간에 본인 부담으로 어깨띠 등 소품을 제작·구입해 몸에 붙이거나 지니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선거 기간 사적 모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여, 선거 기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등도 참여자가 25명 초과일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금지하도록 완화하였다. 이외에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글을 남길 때 실명을 인증하도록 한 ‘인터넷 게시판 실명확인제’ 규정도 삭제되었다. 따라서 이번 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과거보다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지난 21대 총선과 사뭇 달라진 풍경 속에 총선이 치러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의 경기 규칙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회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12일까지 선거구를 비롯하여 비례대표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등 경기 규칙을 정하지 않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법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던지 간에 전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또다시 지난 총선의 경우와 같이 예비후보자들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가운데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는 국회가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지난 4월10일)을 넘겨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국회의원 지역구의 확정이 지체될수록 유권자와 입후보 예정자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지역구 의석을 현재와 같이 253석으로 하고, 광역자치단체별로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 1석 늘어난 안을 획정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구개편안에 대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이 그대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즉 민주당이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텃밭인 전라북도 지역에서 줄어든 1석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개편보다 비례대표제 개편 여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자당에게 더 유리하게 될 것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획정안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다시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는 선거법 제24조의2 제3항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구획정안을 다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볼 때 다시 요구할 가능성은 매우 크고 그 결과 선거구는 다시 조정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결국 또다시 이번 총선의 경우에도 어김없이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가 확정될 가능성이 많다.

이와 같이 법정시한을 넘겨 예비 후보자 등록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않아 예비후보자들이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게 만드는 국회의 ‘악습’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할 적폐인 현역 의원들의 정치 신인들에 대한 ‘갑질’이라 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신인은 모두 참신한 인물이고 기성 정치인은 모두 노회한 인물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잘 못된 생각이지만, 자신들이 법을 만든다고 자신이 만든 법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밥그릇에만 눈먼 존재라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유권자로 하여금 새롭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을 간절히 기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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