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의사의 수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의료칼럼] 의사의 수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 승인 2023.12.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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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부회장, 경대연합외과원장
다다익선이라는 말은 한신과 유방의 대화에서 유래 됐다.

한나라 고조 유방이 대장군 한신에게 “나는 얼마만큼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는가?” 라고 물었고, 한신이 답하기를 “폐하는 십만 명 가량을 지휘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했다.

이를 들은 유방이 “그렇다면 그대는 어떠한가?” 라고 물었더니 한신은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而益善耳).” 라고 대답했다.

기분이 상한 유방은 “그렇게 뛰어난 네가 어째서 지금 내 포로가 되었느냐?” 라고 되물었고 한신은 “폐하는 군대는 다룰 수 없습니다만, 병사의 장수가 아닌 장수의 장수가 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는 하늘이 도우시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 라고 답했고 이에 유방은 과연 한신이라며 크게 웃었다고 전해진다.

과연 대한민국에 의사의 수는 다다익선일까?

최근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언론을 통해 의사의 부족함을 과대 포장해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한가? 곰곰이 살펴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부족한 부분은 어디인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과별 특수성에 따르는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병원에서 일할 젊은 의사)의 부족이다.

전문의 취득 후 장래가 보장되지 않거나 삶의 질이 낮거나 급여가 타과에 비해 적고 소송의 위험성이 많은 소위 말하는 3D(Difficult, Dangerous, Dirty)과의 의사가 부족하다.

둘째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

KTX와 같은 교통의 발달로 수도권 빅5병원의 진료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고, 가족관계상 지방의 노부모님을 서울에 사는 자식들 입장에서 서울로 모셔 큰 병원 진료를 보는 것 또한 많으며 이렇게 늘어난 수도권의 수요로 인해 대형화된 병원은 의료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소아과 오픈 런 사태는 과연 소아과 의사가 부족해서일까?

정확히 말하면 소아과 전공의가 부족한 것이지 아직도 소아과 전문의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소아청소년과 환자 인구집단은 줄고 있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지 확인해 보면 실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은 첫째로 진료건수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심사평가원 통계로 비교해 보면 과거에 비해서 자주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진료시간 대별 내원 환자 수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주 환자가 많은 소아과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11시 이후 대기는 거의 없고 오후 4시 이후부터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이 마치는 시간부터 대기가 발생한다. 이는 아이들의 등하원이나 등하교, 부모님의 출퇴근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셋째는 가까운 소아과를 두고 먼 곳의 유명한 소아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오픈 런 사태의 본질은 의료 이용 행태의 문제이지, 소아과 의사의 부족 문제는 아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확한 해법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하면 15년쯤이나 뒤에 제대로 일을 할 의사가 될 것인데, 그 사이에 어찌할 것인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여러 가지 안들을 좀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의료사고 특례법, 의료인 면허에 관한 법, 지역수가 가산제, 필수의료 수가인상등, 다양하고 급한 처방이 우선돼야 한다.

10여년 뒤, 홍수가 났는데 마실 물은 부족해지는 현상을 미리 예견하고 정확한 대처를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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