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무시래기
[좋은 시를 찾아서] 무시래기
  • 승인 2023.12.18 2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관절 무슨 까닭에

사무친 원한을

땅속에 묻고 살았더냐



단칼에 참수형을

당하고도









끌려 온



영어囹圄의 저 몸



◇손수여= ‘한국시학’, ‘시세계’ 시, ‘월간 문학’문학평론 등단. 제4회 도동시비문학상(2020), 제34회 P.E.N 문학상(2018) 수상. 사)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회장. 사)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시집 ‘성스러운 해탈’, ‘숨결, 그 자취를 찾아서’ 등 8권. 평론 ‘매헌 윤봉길의 문학사적 위상 조명’ 외 다수.



<해설> 무밭에서 너풀거리던 이파리들이 줄에 널려 바람에 곡예를 타면서 언 손을 호호 불면서 그늘에서 속속들이 마르면 그게 맛있는 무시래기가 된다. 그나마 뿌리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실려 가고 어쩌면 버려지거나 소의 먹이가 되던 그 이파리들이 요즘은 제법 영양가도 높은 음식의 재료가 되고 있다. 한때 관의 통제가 닿지 않는 산속에 모여 화전을 일구며 살던 사람들이 산적으로 몰려 토벌되었을 때 불탄 집 흙벽에 남아있던 무시래기들 그나마 생명 부지한 몇몇 사람들에게 겨울 양식이 되었다는 나의 어느 시 속의 한 장면이 왜 이 시와 자꾸 겹쳐 오버 랩 되는 것인지. 여하튼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지렁이와 무시래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영어囹圄의 저 몸은 상투 풀어헤친 뎅강 잘린 머리 꼭대기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혹여 내 전생의 한 장면과도 잇닿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

-박윤배 (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