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3부작 완결편 ‘노량’...가슴이 먹먹한 ‘성웅’의 최후, 품격있게 그리다
이순신 3부작 완결편 ‘노량’...가슴이 먹먹한 ‘성웅’의 최후, 품격있게 그리다
  • 김민주
  • 승인 2023.12.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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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긴 전쟁 속 수많은 죽음
장군의 고뇌·슬픔·결기 담아내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싸움
고독하기에 비장함 더 빛 발해
동북아 최대 해전 역대급 스케일
할리우드 못지않은 강렬한 연출
극 장악하는 김윤석표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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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 말하지 말라’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으로 기록되는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왜구가 쏜 총에 왼쪽 가슴을 맞은 후 이 말을 남기며 조용히 숨을 거뒀다.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언에 담긴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한국 영화 최고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명량’,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 이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완결편이다. 영화는 임진년에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9월 18일 죽으면서 패배를 인정하고 조선에서 철수하라는 유언을 남기며 시작된다. 혼란스러운 왜군들은 퇴각로를 찾지만 이순신(김윤식)에 가로막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순신은 명나라 연합군의 힘을 얻어 황급히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모조리 멸망시키기로 결심한다.

아리마 하루노부(이규형)는 명나라 군을 이끄는 진린(정재영)을 찾아가 이미 끝난 전쟁이니 더 이상의 출혈을 막고 퇴로를 열어 달라 요청하며 화친을 제안하고 실리를 따지는 진린은 고민에 빠진다. 결국 진린은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가 보낸 뇌물을 받고 연락선 1척 통과를 허용한다. 이 연락선은 사천의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에 닿게 되고 시마즈는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위기에 처한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울돌목 지형을 이용했듯 왜군을 속여 노량해협의 관음포를 이용해 그들을 그곳으로 몰아넣은 후 최후의 전투를 시작한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간 이순신 장군의 7년 해전을 스크린에 담아온 김한민 감독은 영화 ‘노량’에서 노량해전이 일어난 배경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명량’이 12척의 조선 배가 330척의 왜군을 어떻게 무찌를 수 있었는지에 주목했다면 ‘노량’은 7년간의 전쟁이 이순신 개인과 국가에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조선, 왜, 명 3국의 정세와 그 사이 일어나는 정치적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 안에서도 임진왜란을 엇갈린 정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이미 끝난 전쟁이라고 쉬쉬하는 이들도 많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건 ‘현장’(賢將·현명한 장수)의 이순신 장군뿐이다. 연합군도, 조선의 임금도 지지하지 않는 싸움을 이어 나가는 이순신 장군의 비장함은 고독했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쟁의 한복판에서 왜군과의 싸움을 반복하며 이순신이 만난 건 수많은 죽음이었다. 자신의 동료와 적군을 비롯한 모든 이의 죽음, 이것이 바로 전쟁의 진짜 얼굴이다. 전쟁에서 셋째 아들(여진구)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과 부하들을 잃은 슬픔이 담긴 회상 장면은 한 국가의 장군으로서 버티던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렇기에 이순신은 굳건했다. 적당한 물러서기와 화친으로 얻는 애매한 승리가 아닌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해 적의 ‘완전한 항복’을 다짐할 수밖에 없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전반부를 지나 후반부 100분의 해전 전투는 동북아 최대 해전으로 기록된 노량해전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100분이라는 긴 시간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김한민 감독은 온 국민이 결말을 아는 이야기지만 10년간의 이순신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쏟아내며 역대급 전장 스케일을 만들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강릉 실내빙상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면서 물 위에서 찍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바다 장면을 촬영했다. 삼국의 함선끼리 격렬하게 부딪치며 각국의 신식 무기를 총동원한 포격전, 선상에서 병사들이 총칼을 휘두르며 몸으로 맞붙는 백병전이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스펙터클한 해전 장면은 왜 극장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순신 3부작’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매번 달라지는 이순신 역을 연기하는 배우다. 김윤석은 앞서 ‘명량’에서의 배우 최민식, ‘한산’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 역을 맡게 됐다. 김윤석의 담대한 눈빛과 압도적인 분위기는 극을 장악해 마치 실제 살아있는 이순신을 보는 듯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그리는 데 전혀 부족함 없는 열연을 펼쳤다.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슬픔, 결기를 단단한 연기력으로 그려내며 관객을 스크린에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백윤식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이순신 장군의 대척점에 선 적장 시마즈를 그려내며 영화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정재영, 허준호, 박명훈,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훈, 문정희 등 주·조연할 것 없이 펼쳐지는 빈틈없는 명품 연기는 ‘노량’을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이순신 장군은 모든 걸 노량해전에 바쳤다. 전장 한복판에서도 잃은 부하들을 생각하고, 먼저 떠난 셋째 아들을 그리워하던 그는 또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 조선군과 명나라군을 북소리로 직접 격려하며 관객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바다 위 모든 배들을 휘감는 그의 북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순신은 끝까지 현명했고, 죽음 앞에서도 담담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그의 최후는 담백했기에 더욱 큰 울림을 만든다. 김한민 감독의 경험과 배우들의 호연, 과거 조선을 빛냈던 이순신의 기개가 합쳐진 영화 ‘노량’은 이순신 장군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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