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교육기부의 문화를 위하여
[교육논단] 교육기부의 문화를 위하여
  • 승인 2023.12.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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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이제 낯선 격언이 아니다.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 가정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현재 인구절벽 문제에 대한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교육력 제고를 위한 온 마을의 연대에 대한 중요성, 이는 교육기부의 목적과 그 의미를 함께 한다.

‘교육기부’란 교육의 공적인 이익을 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재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어 주는 행위다. 현재 기업, 공공기관, 대학, 단체, 협회 등은 물론 개인, 학생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교육기부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 자체가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기부문화를 공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기부와 관련한 사업일수록 다른 사업에 비하여 예산 배정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부문화의 형성을 위한 충분한 예산 배정이 필요하며, 기부에 대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 성과 측면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부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예우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기부자가 편하게 기부에 참여하고, 기부받는 곳은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접근성이 쉬운 정보센터나 플랫폼, 기부하고-받는 것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 기부전문가 양성 등이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막상 학교에서 기부받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막막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근처에 교육적으로 훌륭한 장소가 있어도 그곳에 가서 기부를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육하는 곳이니 소위 ‘공짜로 해 달라’는 기부 요청을 쉽사리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도 아직 기부할 방법을 찾기 어렵기도 하다. 단위 학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기부를 요청할 수 있는 쉬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기부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기부는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배려와 나눔을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기부 체험 등 학생을 대상으로 조기교육을 통한 기부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제안하며, 아예 생애주기별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생 때는 쉬운 기부에 대한 경험으로 내면화를 하도록 교육하고, 이들이 사회인이 되어 가면서 자원봉사, 전문가 기부, 재산 기부 등 다양한 기부의 정책으로 깊은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우리 학교 6학년이 펼치는 마지막 자유 탐구활동인 YSES 탐구 발표회의 경우,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의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30분씩 학부모님이 멘토가 되어 학생팀과 만나 탐구를 지원하신다. 아이들은 그러한 학부모 멘토와의 경험 이후에 졸업생 멘토로서 후배들을 돕는 활동에 스스로 지원하게 된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지난 19일에는 교육기부 유공 단체나 개인에 대한 감사의 행사가 열렸다. 올해 우리 학교의 PYP 학부모회도 유공 단체로 선정되었다. 28명인 우리 학부모회는 연간 110회가 넘는 직접적인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 지원에 참여하였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리 학교 특성상, 선생님들은 학년별로 1년에 여섯 개의 탐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 탐구 내용 중 교실에서 요청한 부분에 대하여 학부모회에서 참여해 주시게 되니, 교사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았고 학습에 이바지하는 바도 높았다.

이번 수상 소식을 전하였을 때, 학부모 회원 전체가 오래도록 서로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패도 아니어서, 이만큼 기뻐하실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당일에는 교장·교감 선생님 모두가 직접 참여하셔서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시기도 하였다. 기부자를 심리적으로 예우하는 좋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또, 그날의 시상식에서 아침마다 한 학교 앞을 아무런 조건 없이 청소해 오셨던 시민 한 분께서 감사패를 받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선 학교나 교육지원청에서 훌륭한 교육기부자, 교육 기부단체를 추천해도 좋은 일이지만, 정말 이런 ‘숨어 있는 교육기부자’들을 발굴해 낼 수 있는 정책, 그리고 이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한 정책들은 교육기부의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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