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세상 바꿀 영웅은 아닐지라도…곁에 선 이가 ‘진짜 영웅’ 아닐까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세상 바꿀 영웅은 아닐지라도…곁에 선 이가 ‘진짜 영웅’ 아닐까
  • 윤덕우
  • 승인 2023.12.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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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가 만든 영웅의 멋
장년층을 대중음악 향유 주체로
베이비붐 세대의 ‘청춘’ 재소환
공감과 소속 욕구로 하나돼 활동
20만 팬, 선한 영향력 지속 전파
행복한 인생의 자양분인 ‘팬심’
“그대 사랑이 나였음 좋겠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노래 ‘보금자리’ 시대 소망 같아
팬클럽영웅시대
공연장인 대구엑스포에서 임영웅 대형화보를 바라보며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팬클럽 영웅시대.

“그대 사랑이 나였음 좋겠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든든한 품에 안겨 잠들고 싶어라/ 내 사랑의 보금자리/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당신만 있으면 돼/ 한 눈 팔지 않고 사랑할래요/ 돈도 필요 없어 백도 필요 없어/ 당신만 있으면 돼”

우리나라 가요계의 ‘슈퍼 히어로’가 된 가수 임영웅의 노래 ‘보금자리’의 가사이다. 이 노래는 임영웅의 콘서트장에서 일명 ‘떼창’으로 울려퍼지는 노래이자 콘서트가 열리는 날에는 콘서트장 주변에서 그의 팬클럽인 ‘영웅시대’가 안무까지 곁들이며 부르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팬클럽 ‘영웅시대’의 공식가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이다.

‘보금자리’하는 뜻은 새가 알을 낳거나 깃들이는 곳으로 새가 깃들이는 둥지,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임영웅에 대한 팬클럽 영웅시대의 뜨거운 열정을 볼 때면 임영웅이야말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진정한 스타처럼 느껴진다. 무명 가수였던 임영웅은 이제 스타가 되었고, 스타의 꿈은 그를 사랑하는 팬들로 인해 이루어졌다. “그대 사랑이 나였음 좋겠다.”라는 보금자리의 첫 소절 가사처럼 말이다. 가수는 노래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는데 임영웅이야 말로 ‘보금자리’라는 노래로 진정한 그의 ‘보금자리’를 찾은 것 같다.

아이돌 스타들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해도, 노래방 애창곡들이 K팝으로 물들어도, 임영웅의 인기는 나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임영웅 콘서트 표 예매를 두고 ‘전 국민 효도 전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서버가 마비될 만큼 임영웅 콘서트 표 티겟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렸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암표까지 성행하고 포털사이트에는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 성공법’이라는 키워드는 즐비하다. 무엇이 이렇게 임영웅을 국민가수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먼저, ‘자수성가형 스타 이미지’이다.

임영웅은 ‘보금자리’ 노래 가사처럼 ‘돈도 빽도 없는 무명 가수’였다. 2016년에 대뷔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임영웅에게 ‘2020년 미스터 트롯’은 그의 운명을 바꾸어 버리는 계기였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야 말로 가요계에서 흙수저처럼 살아야만 했던 자들에게는 꿈의 무대였던 것이다. 임영웅은 생방송 실시간 국민 투표 1,374,748표로 전체 득표수의 25%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임영웅의 인생은 국민들이 만들어준 ‘자수성가형 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두 번째는 ‘시대가 만든 스타’라는 점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미스터 트롯’이 배출한 스타들은 TV 채널을 독점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었던 답답함과 울분은 고통이 되었지만 그들의 무대는 힐링이 되고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간 K팝 아이돌에 의해 소외되었던 장년층들에게는 다시 대중음악의 향유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는데 이들이 10~20대 시절 조용필을 오빠라고 부르며 열광하던 세대라는 점에서 막강한 ‘팬 파워’는 입증되었다. 또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당시 정치적·사회적으로 공정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탄생한 1등 스타가 ‘임영웅’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 욕구’의 발현이다.

6.25 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부터 한해 100만명 전후로 태어난 1960년대생까지 ‘베이비붐 세대’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세계 최빈국에서 태어나 가난, 배고픔, 서러움을 겪으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몸소 겪어야만 했었다. 숨 가빴던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했으며 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던 세대였다. 아이들을 키워 대학 보내고, 장가도 시집도 보냈기에 이제는 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흘러간 그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간은 그립기 마련이다. 몸은 늙지만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했던가!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고픈 욕구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같은 스타를 좋아하는 공감의 욕구는 소속의 욕구로 이어져 팬클럽 가입과 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탄생된 것이다.

네 번째는 ‘실력’, ‘인성’, ‘외모’ 다 갖춘 임영웅의 개인적 매력이다.

명확한 딕션(발음), 풍부한 감정선, 안정된 음정을 기반으로 한 임영웅의 보컬은 음을 올릴 때와 내릴 때 타이밍이 절묘하다. 그만큼 가창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떨 때는 사랑하는 연인한테 속삭이는 듯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고, 또, 어떨 때는 감성적인 프로포즈가 연상될 만큼 달콤한 보이스로 애간장을 녹이며, 때로는 박력 있는 상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파워풀한 보컬을 들려준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와 임영웅의 선한 눈빛은 비쥬얼 스타로도 손색이 없으며 그 무엇보다 임영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의 인성이다. 기부 천사라 불릴 만큼 그가 기부한 금액은 상당하다. 또, 장시간 공연 관람에 힘든 고령층의 팬들을 위해 공연장의 좌석마다 방석을 준비하고 사방으로 고화질의 전광판이 있어 뒷자리에 앉더라도 임영웅의 얼굴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의 팬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이다.

마지막으로 임영웅을 키운 팬클럽 ‘영웅시대’의 ‘변함 없는 사랑’이다.

약 20만명에 달한다고 알려진 팬클럽 ‘영웅시대’는 임영웅과 늘 함께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특히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이슈가 될 정도이다. 신곡 발매 기념으로 소외 계층 아동에게 기부를 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탄 기부, 산불 피해 및 수해복구 성금 등 그들의 사회적 기여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영웅시대’의 활동은 ‘팬클럽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또, 전국의 임영웅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 주변에는 ‘보금자리’ 노래에 맞춰 팬클럽의 댄스 타임 등이 열리고 임영웅 ‘굿즈’로 도배된 상권이 형성되어 왠만한 지역축제보다 그 열기가 더 뜨거워진다. 특히 ‘영웅시대’ 팬클럽 회원 및 관람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인근의 커피, 식당, 숙소들의 유치경쟁은 콘서트장의 열기만큼 뜨겁다. 지역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임영웅의 전국 순회콘서트의 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무명 가수였던 임영웅은 4년 연속 한국갤럽의 ‘올해를 빛낸 가수’ 1위에 오르며 이제는 대세 가수가 되었다. 40대 이상에서는 압도적 1위이며 30대 이하에서도 내노라하는 K팝 아이돌 스타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임영웅은 이제 ‘국민가수’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누군가의 노래가 희노애락의 허무한 인생을 위로해주고, 잊지 못할 청춘의 기억들을 소환해주며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게 해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멋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영웅시대’에게 임영웅은 인생의 멋을 주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역사를 보면, 인류는 늘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고 해결해 줄 영웅을 기다렸다. 그러나 영웅은 나타나지 않았고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늘 함께 하고 공감해주며 같이 웃고 같이 울어줄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 시대의 ‘영웅’이 되었다. 고독사의 증가, 높은 자살률, 저출산, 심화되는 사회적 고립감, 짙어지는 각자도생의 사회 문화 등 각종 난제를 푸는 출발점은 어쩌면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아닐까?

임영웅의 ‘보금자리’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돈도 필요 없고 백도 필요 없이 오로지 당신만 있으면 된다는 이 시대의 ‘외침’과 아무것도 필요 없이 당신의 든든한 품에 안겨 잠들고 싶다는 이 시대의 ‘소망’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임영웅을 만난 ‘영웅시대’처럼 우리도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을 기다려 보자. 국민들과 같이 공감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위로해줄 그런 국가적인 영웅을 기다려 보자. 우리의 멋진 인생을 빛낼 줄 그런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보자!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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