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한동훈은 단호해야 한다
[대구논단] 한동훈은 단호해야 한다
  • 승인 2023.12.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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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윤석열정부가 출범했을 때 맨 처음 눈에 띄는 사람이 한동훈이었다. 그가 문재인정부에서 네 번이나 좌천을 당하고 심지어 검사끼리 폭행에 휘말리기도 해서 그의 이름과 성가는 널리 알려진 편이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당연히 그의 영전은 보장되어 있다고 보였지만 막 바로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될지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시중에서는 검찰의 칼로 일컬어지는 검사 200여 명을 거느린 중앙지검 검사장을 점쳤지만 윤석열의 용인술은 남다르다. 전국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장관으로 뽑아냈다. 한동훈은 만 나이로 50살이다. 이승만대통령은 38세의 이재형을 장관으로 임명했으며 박정희대통령은 33세의 임성희를 발탁한 전력(前歷)이 있다. 굳이 시대를 구분하자면 옛날 옛적에도 30대의 장관을 임명했으니 나이 50이 넘었으니 연령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러나 나이 좀 더 먹은 송영길은 한동훈을 “나보다 나이도 어린놈”이라고 질타했다가 욕만 먹었다.

아무튼 이번에 한동훈을 여당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한 것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한국의 정치현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입장에 있었다. 그가 장관으로서 2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여야의 실태를 눈여겨봤을 것이고 수많은 정치적 사건을 몸소 지휘해본 경험이 풍부하기에 아주 낯선 분야는 아니다. 그가 일개 장관에 불과하면서도 국회에서의 답변태도나 언어구사 그리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양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런 것들이 한데 모여져 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인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스타들이 여의도를 누볐지만 한동훈 만큼 각광을 받은 사람은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를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선택한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과반수의석을 넘겨야 된다는 절치부심에서 작용한 것이다. 그에게 기대하는 여당의 절박함은 거대야당의 횡포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여론은 언제나 야당우세로 나오기 때문에 정권을 잡고도 꼼짝하지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려고 인요한 혁신위까지 발족시켰으나 다수 스타의원들의 험지출마 권유를 거부해 모처럼 걸었던 기대감을 땅 속에 파묻고 말았다. 여기에는 김기현 당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가 당대표로서 과감하게 자기를 버리고 울산 락지(樂地)를 벗어나 서울 험지(險地)를 선언했다면 지금과 같은 딱한 처지는 면했을 것이다. 혁신위는 폐기되고 뒤늦게 대표직을 사퇴하고 장제원의 불출마 선언이 그나마 체면을 살렸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는 오직 한동훈의 과감한 물갈이만 바라보는 처지다. 한동훈에게는 야당의 공세가 점차 수위를 높여갈 것이 예상된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쌍 특검의 수용여부다. 대장동특검은 이미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넘어서 있어 문제가 안 된다. 이재명의 부정문제는 계속되는 재판에서 그 진상이 드러나고 있어 새삼스럽게 특검까지 동원될만한 사안이 아니다. 야당이 노리는 것도 김건희 문제다.

대통령부인의 문제이기에 매우 민감하다. 과거에 검찰에서 철저한 조사를 마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야당이 또 한 번 들춰내려고 하면 상처를 입는 건 여당뿐이다. 이것은 내년 총선에서 이슈로 등장할 게 뻔하고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우선 선동과 선전으로 짓이김을 당하는 것은 여당밖에 없다. 한동훈은 이에 대하여 악법조항을 수정하고 선거가 끝난 후 조사 착수의사를 비췄다. 야당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 쌍 특검을 고집하고 있는데 선거후라면 들어줄 리가 없다. 한동훈의 고민은 여기부터다. 그는 자기소신을 취소하면 초전(初戰)부터 휘말리다가 아무 힘도 못쓰게 된다. 단호한 결단을 보여야만 ‘한동훈 다운’ 정치가 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뒤죽박죽이 된다. 모처럼 등장한 정치스타의 모습이 결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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