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언제 정치적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목요칼럼] 언제 정치적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승인 2023.12.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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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제22대 국회의원입후보자 등록일(3월 21일∼22일)이 불과 8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각 정당들은 당내문제로 인하여 혼돈의 상황에 빠져들어 있다. 즉 국민의 힘에 있어서는 이준석 전 대표, 더불어 민주당에 있어서는 이낙연 전 대표 등 한 때 당을 대표하였던 인사들이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는 일이 그 예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은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치권의 양대 산맥인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의 당내 사정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보궐선거의 빌미를 제공한 인사를 사면을 통해 다시 공천하여 실시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참배 여파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조기 해산하는 한편 김기현 당대표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을 지난 26일 정치초년생인 한동훈 법무장관을 전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당의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즉 야당으로부터 윤대통령의 ‘아바타’라고 공격받고 있는 한 비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와 함께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같은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또한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지 아니면 설익은 정치인으로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게 된다. 흔히 정치초년생이란 말은 ‘신선함, 참신함’과 함께 ‘미숙함’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점점 가시화되는 가운데 소위 친명과 비명 세력 간 갈등이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즉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속해서 거대 야당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민주당으로서는 비주류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재명대표의 사당화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당내 비명계 인사들인 ‘원칙과 상식’의원들의 당내 민주주의 회복과 팬덤정치 청산 등의 쇄신 요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연말을 기한으로 당의 쇄신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고 있어 자칫 분당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의 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하여 지난 25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애써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로 치부하면서도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대로는 총선에서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명계는 ‘통합비대위 전환’ 등 이 대표를 향해 구체적인 당 쇄신안을 내놓으라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이재명 대표는 단합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각 당의 사정이 이러하자 국회에서는 아직 총선의 규칙인 선거구 확정과 함께 비례대표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각 정당을 대표하는 입후보자를 선정하는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새로운 신당의 후보로 출마할 경우 22대 총선은 그 어느 총선 때보다 많은 후보자들이 등장하고 따라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또 다시 선거가 임박해서야 자신들을 대표할 후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이들의 자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얻지 못한 가운데 투표에 임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각 정당들이 어떤 변명을 하던 결국 유권자의 후보자 알 권리를 의도적으로 빼앗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우리가 언제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이 보내어 오는 각종 미사어구와 보랏빛 희망으로 가득한 홍보물에 의지하여 후보자를 판단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만 보고 그 정당에서 추천한 후보자에게 묻지 마 투표를 하거나, 투표장에서 좋아하는 후보가 아니라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만 하는 정치적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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