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늙으면 서울로 가는 것이 맞는가?
[대구논단] 늙으면 서울로 가는 것이 맞는가?
  • 승인 2023.12.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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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서울 지하철 혼잡도가 285%에 달할 정도로 승객들이 꽉꽉 들어차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닷새에 한 번꼴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벌써 몇 년째 인구가 자연 감소 되고 있어 문제이다. 경북 시군의 거리에서는 사람 만나보기 어렵다.

서울이 왜 그렇게 복잡할까?

L은 소백산 산골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젊어서부터 서울 S대 병원을 이용했다. 거짓말 좀 보태어 감기만 걸려도 서울 병원으로 갔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약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20년 전 60대에 위암에 걸렸다. 당시에는 위암 사망률이 높았다. 더구나 일 년 전에 동년배가 북부지역 Y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하여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서울 S대 병원으로 직행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의 나이 85세이다. 그는 그 후 서울 S대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는지 전 가족의 국민건강검진 병원으로 애용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가을에 풍기 온천탕에서 넘어졌다. 머리를 다쳐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원주시 유명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서울 S대 병원으로 갔다. 멀쩡하게 완치되었단다. 시골에서는 서울 S병원의 명성이 자자하다.

H는 88세 부친이 있다. 부친은 노인성 질환인 피부 염증이 심했다. 걸핏하면 팔다리가 붓고 걸음을 걷지 못했다. 상태가 심해졌다. 북부지역 A시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염증 치료제를 투여했다. 문제가 생겼다. 치료 약을 일주일 정도 투여하니 변비가 문제를 일으켰다. 병원에서 설사약을 투여하였다. 시간이 흘렀다. 병은 호전되지 않고 건강이 말이 아니게 나빠졌다. 노인은 먹는 것 없이 계속 설사만 하였다, 바짝 말라 산 송장이 되었다. H는 병원에 강력하게 항의하였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걸어서 입원하여 누워서 퇴원하였다. 효자인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 부친을 모시고 갔다. 병원에서는 주사와 약 처방을 했다. 다음날 병원에서 퇴원시켰다. 가족들이 입원을 더 원했지만, 병원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후 부친은 건강을 회복하셨다.

K는 왼쪽 다리에 통증이 왔다. 통증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닐 형편이다. 대구에서 가장 척추를 잘 본다는 C병원에 갔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6년 전에 실시한 척추 협착증 수술의 부작용이란다. 방법은 척추에 케이지(cage)를 넣는 척추유합술 수술뿐이라고 했다. 고민이다. 주위에서 서울의 큰 병원에 가서 치료하라고 권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번 수술하고 여러 번 병원에 다녔지만 모두 대구, 경북에 있는 병원을 찾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케이지를 넣는 수술이고, 주위 권고도 있어 서울의 병원 문을 두드렸다.

서울 M병원이다. 우선 진단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걱정한 척추유합술 수술이 아니라 케이지를 넣지 않는 감압술 수술이란다. 문제는 5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A병원에 갔다. 사람이 얼마나 북적이는지 도떼기시장이다. 이 많은 환자를 의사 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의사를 만났다. 이 병원은 한술 더 떠서 7개월 정도 기다려야 된단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수술 방법은 케이지를 넣지 않는 수술이란다. M병원과 같다.

서울에서 수술하는 것을 생각했다. 불편한 점이 많다. 첫째는 시간의 문제이다. 5개월 또는 7개월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수술하기 전 절차도 복잡하다. 수술하기 전 몇 번이나 서울 병원에 더 와야 했다. 그것도 수술을 위한 촬영 시간이나 의사 면담 시간이 어중간하게 정해진다면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거추장스럽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수술 경비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가장 고려할 사항이 있다. 수술 방법이다.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는 척추에 케이지를 넣지 않는 방법이고, 대구는 케이지를 넣는단다. 내 몸에 쇳 조각을 넣는다니, 그건 싫다.

결론은 서울이다. KTX에 몸을 실었다. 열차 안에서 뜻밖에 포항에 사는 친구 전화를 받았다. 수도권 용인 모 병원의 명의에게 척추 협착증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서 나왔다고 했다. 아!, 이 친구도 서울에서…. 이 명의는 신문 방송에도 많이 소개되었단다. 친구가 아프다는 것도, 포항 촌사람이 서울 사는 명의를 찾아내어 수술한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서울이다.

늙으면 서울로 가는 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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