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신이 기뻐하는 길을 찾아서
[치유의 인문학] 신이 기뻐하는 길을 찾아서
  • 승인 2023.12.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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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매슬로 박사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 교수로 유명하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인간의 욕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매슬로 박사의 다섯 가지 인간의 욕구를 간단히 소개하니 가슴에 담으면 행복이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전체 모양은 피라미드형으로 생겼고 하위구조로 가면서 인간의 본능욕구가 강하고 상위구조로 가면 자아성취의 욕구가 강한 구조의 그림이다. 가장 밑에 있는 첫 번째 욕구는 생리적 욕구다. 수면, 식욕, 성욕 등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생리적 욕구로 이 단계에 집착하는 삶은 가장 슬픈 욕구의 삶이다. 두 번째 욕구는 안전의 욕구로 본능이 충족된 이후 자신의 생존을 챙기는 약간의 자기중심적 욕구다. 세 번째 욕구는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로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인간 집단형성의 기본욕구다. 당연히 사랑의 출발도 이 세 번째 욕구에서 시작된다. 네 번째 욕구는 인정의 욕구로 자신이 속한 단체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기 원하는 욕구이다. 그리고 마지막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욕구를 말한다.

자, 여기까지가 매슬로 박사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욕구 5단계다. 하지만 필자가 오랫동안 강연과 저술을 해오면서 한 가지 욕구가 빠진 걸 발견했다. 인간이 가진 욕구 중 가장 높다고 하는 '자아성취의 욕구' 위에 한 가지가 더 있다는 사실. 타자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 자신의 목숨까지 다른 이를 위해 아낌없이 던지는 무의식적 욕구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이타심의 욕구이자 나눔의 욕구는 신들이 가장 기뻐하는 인간의 마지막 욕구다. 우리는 그 위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늘 잊고 산다. 매슬로 박사께서 이 욕구를 인간의 마지막으로 정해 놓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욕구의 충족을 위해 살지 않을까 꿈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얼마 전 장모님께서 돌아가실 때 장례비용을 절약해서 모은 돈이 조금 있었다.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 아내와 상의해서 어머님께서 기뻐하실 쪽으로 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애착을 가졌던 단체와 기관에 나눠보니 꼭 필요한 곳이 세 곳이었다. 한 곳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일부로 보내고 또 한 곳은 가장 많은 부조를 보내준 대학 모교 동기들을 위한 발전기금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환경미화원 여사님들의 겨울 패딩복을 사드리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돈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금일봉으로 드리기로 결정했다.

환경미화원 여사님들 30여분의 치수를 일일이 체크하고 가장 좋아했던 색상으로 골라서 떡과 간식까지 챙기는 시간과 여정에 장례 후라 몸도 마음도 아팠지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작은 돈과 작은 나눔에 내 손이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정을 나눠왔다는 나름의 위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25년째, 명절 때마다 그분들과 작은 정성을 나눴다. 시간의 크기는 정성의 크기를 뛰어넘는다는 분명한 확신. 그 확신의 시간이 행복이었다.

내년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환경미화원 여사님께서 며칠 전 필자의 전화번호를 받고 싶어하셨다. 퇴직하더라도 필자의 목소리와 소식을 가끔 듣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라는 여사님의 말씀에 갑자기 목이 메였다.
내가 뭐라고…

"우리를 볼 때마다 두 손 들어 반가움을 표현해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매일 선물을 받는 것 같아요"

비올 때 젖은 낙엽을 쓰는 것이 안쓰러워 함께 마당 쓸어드린 것, 방학 때 합동 청소를 할 즈음 수박이며 과일과 짜장면을 대접한 소소한 기억들을 모두 소환해 애정해주셨다.

"교수님 돈과 선물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가 중요하지요"

지나가는 필자를 잡고 삶아온 감자와 고구마를 손에 쥐어주시고, 강의 때문에 끼니를 놓쳤다는 필자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냉큼 라면을 끓어 내어주시는 그 마음은 내가 받은 행복의 감동이 훨씬 더 크고 위대하다. 돈이 생기면 시간이 나면 나누겠다는 마음은 가장 어리석은 미룸이다.

항암으로 8개월을 투병생활을 했던 장모님의 대소변과 목욕을 시켜드리는 모습을 본 병원의 수녀님께서 필자를 처음에는 엄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살가운 아들로 생각하셨다. 나중에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시면서 물으셨다.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실 수가 있냐는 물음에 필자는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를 원거리에 살았다는 이유로 자주 챙기지 못한 아쉬움과 책임, 그리고 죄의식 때문이라는 말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미화원 여사님들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가 대학시절 도움을 받은 여사님들의 친절과 수위 아저씨 분들의 배려 덕분에 교실에서 밤샘대신 수위실 한 모퉁이에서 따뜻하게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절 그분들은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때 받은 감사를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몸이 아픈데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로 만들어진 김치 20킬로를 보내준 김소점 장애인 단체대표. 불우 이웃을 위해 기꺼이 물티슈 수십 박스를 나눔해준 손은지 여성기업 대표. 필자와 가까이 있는 이웃들이다. 그분들이 주신 귀한 선물을 세 식구 모두가 장애인인 가족을 찾아 나눔하고 돌아오는 날 떠날 때까지 말없이 충혈된 눈으로 배웅하시던 이웃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심히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도 힘이 납니다"

신께서 기뻐하시는 작은 행동은 언제나 행복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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