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억새
[좋은 시를 찾아서] 억새
  • 승인 2024.01.01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화 시인
송화 시인

 

살 속 도사린 뼈 틈으로

차가움을 다 받아들인, 어느 날에도

얇게 들어앉은 벌레



그 벌레 감싸주기 위해 억새는

이유 없이 몸 오그린다, 했던가



누군가에게로 스며드는 일에

어색한 나,

산 넘어간 저녁노을이 그리워



블루의 짙은 눈동자로

먼 호수를 응시하는

발등 시린 까치발





◇송화= 경북 칠곡 출생. ‘시로 여는 세상’ 등단. 대구시인협회 회원. 서설시 동인. 시집: ‘바람의 열반’이 있음.

<해설> 겨울 어느 날 끝내 쓰러지지 않으려 물가에 버티고 선, 억새의 발을 본 적이 있다. 땅바닥을 움켜쥔 저 발등 얼마나 시려울까? 그런 억새의 발을 까치의 발로 나보다 한발 앞서 보고 있는 송화 시인은 억새의 심정을 시로 옮겨 쓴 것이다. 겨울 지나고 부화할 벌레의 알을 품어주는 억새의 품을 자신의 품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은 여자이고 어머니이고 시인이다. 그 누구에게도 스며드는 일에 많은 쑥스러움을 가진 시인은 망연히 산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다보는 억새의 다름 아니다. 아마도 노을 너머에는 한때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던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태양 닮은 남자가 거기 있다고 시인은 고집스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윤배(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