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교실개혁 없이 교육개혁 없다
[대구논단] 교실개혁 없이 교육개혁 없다
  • 승인 2024.01.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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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은 학생은 세계 최고의 수준인가? 이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가 나쁜가? 그렇지 않다. 이미 세계 최고의 IQ(intelligence quotient)를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머리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데 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내지 못할까? 더구나 교육개혁을 한다면서 1년이 멀다 하고 끊임없이 제도를 바꾸어서 제도 변화를 설명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지경이고 대부분 국민이 교육전문가의 경지에 올랐는데도 왜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할까? 분명 학생들의 공부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고 또한, 선생님들도 열심히 가르치고, 그것도 모자라 방과 후 각종 학원으로 선행학습 혹은 후행 학습을 하면서 어린 청소년들이 거의 공부의 노예가 되었지만, 그 성과는 별로 시원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경쟁으로 학생들이 불행한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인 창의성을 지닌 인성교육은 수준 이하인데 이와 같은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를 인정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부 공무원 중에서 실질적으로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모든 교육개혁은 제도개혁에 초점을 두었지 실질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개혁을 이루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은 기본적으로 학교 수업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은 수없이 제도를 바꾸었지만, 교실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제2차 산업사회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집단교육이 제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주입식 암기교육은 이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지식이 인공지능 앱이 탑재된 휴대전화기 속에 다 있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육정책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현장 경험이 빈약한 교육 공무원과 무지하고 시대착오적인 교육전문가들이 합세하여 끊임없이 오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지식을 머릿속에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응용하여 창의적인 생각을 말로 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은 이미 AI 속에 다 들어 있는 지식을 머릿속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정작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거의 훈련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은 차곡차곡 쌓이는 교육이 아니라 끊임없이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교실 교육도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수업을 주도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실 혁신은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이제 교실은 전통적인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학습, 문제 해결 기반 학습, 협동 학습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합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강의를 통해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교육기술의 통합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교실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기술적 능력을 개발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온라인 학습 자료, 상호소통 미디어, 가상 현실 등을 활용하여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내용과 평가방법의 혁신이 중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과 제5차 정신혁명에 필요한 기술,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업 능력 등을 강조하는 교육 과정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실 혁신 없는 교육 혁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교육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학습 방식, 기술 통합, 교육 내용, 평가방법, 그리고 선생님 교육 등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는 학생들에게 더욱 풍부하고 창의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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