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새해
[달구벌아침] 새해
  • 승인 2024.01.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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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복현중 교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땐, 늘 몇 가지쯤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트 계획, 공부 계획, 독서 계획…. 하지만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인 듯 하다. 과거에 했던 잘못에 대한 지식을 쌓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목표로 삼았던 일의 성패를 떠나 그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며 복기하는 일은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올해는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한 해가 아니라 코로나19를 겪었던 나의 최근 3년6개월을 돌아보았다. 크고 작은 15가지 정도의 도전과 시작을 했다. 모든 결과가 지금 당장 ‘성공적’이라 말할 순 없지만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 아이셋을 키우며 8년에 가까운 긴 휴직기간 동안 우울해지던 순간도 많았다. ‘신은주’로서의 나는 없고 ‘엄마’로서의 나만 남은 기분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것도, 해야 할 일도 남은 게 없는 것만 같은, 나의 ‘쓸모’를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3년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중엔 주변에서 결사반대한 일도 많았고,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일도 많다. 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놓친 부분은? 다시 시작한다면 출발점을 어떻게 다르게 가져올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수많은 발명으로 우리 생활에 윤택함을 선물해 준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000번이 넘는 실패를 거듭하였다. 누군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였을 때의 기분을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I didn’t fail 1000 times. The light bulb was an invention with 1000 steps.”

(나는 1000번 실패하지 않았다. 전구는 1000번의 과정을 거친 발명품이었다.)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것은 오직 그것에 대한 마음가짐인 듯하다.

요즘 아이들의 깜짝 놀랄만한 특성 중 하나는 ‘포기가 쉽다’는 것이다. 잘하지 못할 거 같거나 혹은 잘 풀리지 않은 경험이 있는 일에 대해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러고는 농담이든 진담이든 쉽게 “망했다” “내 인생 망했어”라고 말한다. 도전하고 다시 또 도전하고, 회복탄력성을 통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망했다’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초 불확실성의 시대, 개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무엇에 대비해야 할지, 혹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건 없다.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절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걸 얻게 된다. 혹은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요즘 뒤늦게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대본집에 푹 빠져 읽고 있는데, 그곳에서 정도전이 자주 하는 맹자의 말이 있다.

“불위야 비불능야(不爲也 非不能也),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뜻을 품고 무엇을 목표로 삼든, 이 말을 다시 한번 새기며 그 과정 자체를 즐겨 보아야 겠다. 새해다. 다시 돌고 돌아 1월,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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