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청소년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발전
[대구논단] 청소년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발전
  • 승인 2024.01.04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압축된 성장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당시 우리 모두의 숙원이었던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근면함과 교육은 근대화와 발전의 근간이 되었고 부의 축적은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와 빠른 도시화로 고향을 떠나 잦은 이주가 보편화되었다.

또한 주거 형태의 변화로 개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주민 간의 상호교류가 단절되는가 하면 지역사회 내의 불통과 무관심으로 외로운 사회가 된 것 같다. 가정의 붕괴로 나 홀로 세대도 증가하고 있으며 N포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세대는 가족을 이루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잠재력인 공유된 가치관과 유대감의 상실은 결국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청소년에게도 예외 없이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가족 단위는 물론 지역사회 공동체의 붕괴는 청소년의 정서, 심리, 관계 맺기의 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학습, 진로,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성인문화에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지역사회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 회복 운동인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여러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과 관이 협력하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마을 만들기는 보다 나은 삶의 질 개선과 공동체 의식의 복원 및 증대를 위한 사업이다. 무엇보다도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목표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인데 마을 만들기에 대한 숙고가 느껴진다. 특히 이념, 세대, 계층, 지역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주민참여 마을 만들기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는 마을 만들기의 핵심에 청소년의 성장이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청소년의 성장은 마을 만들기의 핵심이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중심이 되어 자발적 의지와 참여 속에서 마을의 물리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하여 청소년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청소년을 이해하고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는 물론 각 가정 심지어 교육 현장에서도 청소년의 욕구와 현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소년에게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청소년의 성장을 위한 어떠한 협의체도 제대로 작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우선 청소년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청소년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가정이 아닌 사회에서 심리, 정서, 인지, 관계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때론 알려고 해도 청소년들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갈등 상황 자체를 경험할 수 없다면 비록 청소년기를 잘 지냈더라도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 복잡한 관계나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할 것이다.

그럼 지역사회에서 또는 공동체에서 청소년의 성장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청소년에 대해서 잘 이해하면서 청소년의 ‘성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단순히 세포의 양과 크기가 증가하거나 형태가 원래 크기보다 커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발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장’의 사전적 의미로는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소년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독립된 존재’로 ‘더불어 살아가기’가 될 것이다. ‘독립된 존재’란 스스로 살아간다는 의미로 삶의 과정에서 타인에게 종속되어있는 존재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기’란 집단속에서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청소년에게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이기에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개인의 주체성과 사회적 구성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은 곧 개인화와 사회화를 말하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의미는 한 계층이나 세대의 몫은 아니다. 청소년의 성장은 곧 그 사회와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과 동일시된다. 특히 청소년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모의 성장은 지역사회 기반 청소년성장지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성장’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청소년과 부모가 같이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고 지역사회는 그 성장을 수용할 수 있는 관대한 정책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청소년의 성장은 우리 지역 공동체의 소통과 발전 그리고 우리 지역의 발전을 의미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