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 수위 넘어선 정치권의 극단적 치킨게임
[사설] 위험 수위 넘어선 정치권의 극단적 치킨게임
  • 승인 2024.01.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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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을 두고 여야가 그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아직 범행 동기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섣부른 발언을 해 자칫 음모론에 휩싸여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대표 피습사건이 총선 미칠 영향이 엄청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여야는 극히 몸을 도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야당 인사들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과 정치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국민을 분열시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라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정치인에 대한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계획된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했다. 이 대표 사건의 책임을 정부·여당으로 돌리고 있다.

당원 게시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배후설이 쏟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민주당원이라는 보도 나오자 민주당 친명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낙연 등 신당파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이트 등에서는 ‘이재명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또 녹색병원으로 가겠지’라는 비아냥도 쏟아진다. 자기 진영의 유불리만 따지는 의혹 제기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좌우 진영대립의 심화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정치 양상은 좌우 갈등 대립의 극단적 치킨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상대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악마화하며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영향력 있는 공인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까지 무책임하게 혐오론이나 배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식사도 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45% 정도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아직은 더 조사가 진행돼 보아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범인 혼자서 계획하고 감행한 정치테러로 이른바 ‘은둔형 훌리건’일 가능성이 크다. 여든 야든 이번 사건을 정치적 손익관계로 따질 것이 아니라 테러 자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국민도 정치권의 무책임한 극단적 음모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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