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로의 회귀] 건강 + 재미 + 사회적 가치 ‘세토끼’ 한번에 잡는다
[함께로의 회귀] 건강 + 재미 + 사회적 가치 ‘세토끼’ 한번에 잡는다
  • 류예지
  • 승인 2024.0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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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 헬시플레저와 플로깅
MZ세대 새 라이프스타일 ‘헬시플레저’
좀비 쫓아오는 상황 연출한 ‘좀비런’
운동의 몰입감 높이고 지루함 덜어
걸음 수만큼 캐시 쌓는 어플도 유행
‘짠테크’ 열풍과 맞닿으며 인기몰이
기부런·기부마라톤 통해 나눔 실천도
운동 하고 환경 지키고…플로깅의 묘미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는 어느 때보다 건강 관리에 주목하고 있다. 질병과 팬데믹에 대한 경각심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강관리 시장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각자의 취향껏 헬스, 필라테스, 골프 등 신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 상담과 명상 등으로 정신 건강까지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 이너뷰티를 챙기기 위한 상품들도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의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은 주로 중장년층의 노후 건강을 위한 준비 혹은 원하는 외모를 갖기 위한 다이어트 등 ‘하기 싫다, 힘들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보다는 ‘해야만 해서’ 하는 필수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그러나 모든 트렌드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기 마련이다. 현시대 변화의 주축이 되고 있는 MZ세대에게는 건강관리조차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건강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헬시플레저’란 ‘건강한(Healthy)’와 ‘기쁨(Pleasure)’이 합쳐진 단어로 즐겁게 하는 건강관리를 뜻한다. 최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로 건강관리에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건강관리의 인식을 정반대로 바꿨다.

◇팀 스포츠·게임·명상…개성에 맞는 ‘각양각색’ 건강관리법

헬시플레저가 적용되는 분야는 ‘건강’과 관련된 분야라면 모두 해당한다. 식품부터 운동, 정신 수양까지 각자의 니즈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을 즐기는 ‘팀’ 문화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팀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 농구, 배드민턴 등 상대 팀과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운동을 ‘놀이’처럼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소속감과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 승부를 겨루지 않더라도 혼자 하는 운동을 함께 팀을 만들어 함께 하기도 한다. 달리기 크루나 자전거 동호회, 하이킹 등 혼자라면 지루할 수도 있는 운동을 여러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운동이 하나의 ‘사회의 장’이 된다. 대구의 대표적인 러닝 크루인 ‘DRC’의 카페는 4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헬시플레저 열풍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걸음 수만큼 ‘캐시’를 쌓는 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이 이어지면서 인터넷 뱅킹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5천 보, 1만 보 등 일정한 수 만큼 걸으면 캐시를 지급, 이를 모아 돈으로 환전하거나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 있다. 돈을 절약하는 ‘짠테크’ 열풍과 맞닿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마치 게임처럼 운동을 즐기는 어플도 있다. 좀비에게서 도망치는 상황을 가정한 ‘좀비런’ 어플은 혼자서 뛰기 힘든 이들에게 호응이 높다. 운동에 몰입감을 높이고 지루함을 덜어준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멘탈 케어’가 건강관리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신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 수양을 위한 방법들도 각광받고 있다. 명상부터 요가, 싱잉볼, 아로마 테라피부터 ‘불멍(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 ‘물멍’ 등도 유행세를 탔다. 요가샵이나 명상센터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간단하게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어플도 출시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에서 기쁨을…플로깅·기부마라톤도 ‘인기’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헬시플레저’를 “운동하며 좋은 일 하기”로 상정하고 가치를 생산해 낸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운동방법은 ‘플로깅(Plogging)’이다. 플로깅이란 ‘줍다’는 뜻의 ‘플로카 업(ploc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뜻한다.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방법으로 지자체나 기업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2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지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플로깅 미션’ 행사를 열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봉사시간을 부여, 상품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행사다.

대구의 러닝크루인 ‘DRC’는 2017년부터 매년 자체적으로 기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부런, 기부마라톤 등 이벤트뿐 아니라 연탄 봉사, 개인 기부 등으로 사회에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푸른별지구수비대활동사진
대구 동구 플로깅 주민 단체 ‘푸른별지구수비대’ 대원들이 지난달 28일 동구 신서동에서 벙개 줍깅 활동을 실시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수정기자

‘플로깅’의 매력에 빠져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동네 정화 활동을 펼치는 주민 단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플로깅(plogging·줍깅)은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부 활동 대신 개인·생활 운동을 찾는 사회적 특성과 헬시플레저의 인기가 맞물리며 플로깅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플로깅 단체들은 동네 환경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쓰레기를 주우며 이웃과 동네 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하고, 지역 명소를 돌며 ‘탐방’의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우리 손으로 지킨다”…주민 대원들로 구성된 ‘푸른별지구수비대’

“쓰레기를 주우면서 웃는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을 거예요. 다 같이 치우면 아무리 지저분한 곳도 금방 깨끗해지더라고요.”

김영주 푸른별지구수비대 대장은 대원들과의 지난 활동을 회상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푸른별지구수비대’는 대구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1년 넘게 동네 정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플로깅 주민 단체다. 지난 2022년 11월 플로깅에 관심을 가진 일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단체를 구성한 이후, 주민 대원 수가 40명까지 늘어났다.

지저분한 곳이라면 어디든 수비대 대원들이 쓰레기 집게를 들고 찾는 출동지다. 수비대는 매월 둘째 주 실시하는 ‘정기줍깅’과 마음 맞는 대원들끼리 모이는 ‘벙개줍깅’, 쓰레기 집중 지역을 찾아가는 ‘도와줘요줍깅씨’ 등 활동을 펼치고,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판매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활동도 벌이고 있다. 평소 다니던 산책길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가족과 함께 줍깅에 나서는 주민부터 매연을 많이 발생시키는 직종을 선택해 속죄(?)를 위해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다는 대원까지 저마다의 참여 방식과 목표는 다양했다.

초등생 딸과 플로깅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윤채연(43·동구 사복동)씨는 “평소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는데, 아이와 함께 대원으로 활동하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보여주고 알려 줄 수 있어서 좋다. 자주 걷다 보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웃 아이들과 친해지고 놀이식으로 참여하다 보니 아이가 먼저 (활동하러) ‘갈래’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깨끗해진 거리와 가득 채워진 쓰레기 마대자루는 수비대의 보람이다.

김영주 대장은 “작게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어느덧 많은 대원들과 함께하게 됐다. 그동안 수비대가 채운 마대자루만 200개가 넘는다”면서 “앞으로도 주민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깨끗한 동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푸른숲 꿈꾸는 ‘탄중2’…“걸어서 도시숲 속으로”

환경교육 강사를 꿈꾸는 시민들이 만든 학습공동체 모임 ‘탄중2’도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플로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탄중2’는 지난 2022년 ‘대구시 탄소중립 환경교육 강사 2기 양성과정’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이 도시 숲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다. 지난 1년 여간 탄중2는 두류공원을 비롯해 범어공원, 월곡역사공원, 봉무공원 등 지역 내 다양한 도시숲을 방문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플로깅 활동을 통해 2~3시간씩 도시숲을 청소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니터링한 각종 도시숲의 모습은 단체의 활동 현수막에 기록해 추억하고 있다.

회원들은 플로깅 활동과 도시숲 탐구 자료들을 향후 환경교육 과정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탄중2 회원으로 활동 중인 이재희씨는 “많은 도시숲을 찾으면서 탐방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공원마다 테마와 특징이 다른 점도 새롭다”면서 “환경교육사 자격 등을 갖춘 회원도 있는 만큼, 그간 활동 기록을 향후 회원들이 환경교육을 할 때 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도시공원을 다니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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