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배정란 ‘노는 엄마들’ 대표, 지역공동체 복원 통해 인구위기 해결책 찾다
[나는 청년입니다] 배정란 ‘노는 엄마들’ 대표, 지역공동체 복원 통해 인구위기 해결책 찾다
  • 윤덕우
  • 승인 2024.01.09 2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
사탕발림 정책 국민에 안 통해
부모가 겪는 딜레마 우선 파악
“서울 벗어나 청도서 문화기획
아이들의 성장과정 뿐 아니라
어른 성장도 인정하는 문화 필요”
“또래 여성과 보육 인프라 개발
2022년 청년공동체 사업 선정”
공동체 자녀 평균 수 2.6명 기여
노는엄마들
2022년 청도맘놀이활동가 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공동체 노는엄마들(사진 오른쪽 맨앞 배정란 대표).

◇우리나라의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초저출생 상황에 뉴욕타임스는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의 인구감소와 견주어 더 빠른 속도의 감소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쇼크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인구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 및 의료·복지정책 등 다방면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상황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2023년 합계출산율 잠정치는 오는 2월에 발표되겠지만, 대략 0.6명 후반대나 0.7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 개개인에게 이러한 수치들은 문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만 해도 일곱 살 딸아이를 한 명 키우고 있는데, ‘둘째’라는 단어만 들어도 엄습해 오는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자녀 양육 과정에서 나의 커리어와 마주하게 된 딜레마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해도 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혹자들은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희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아무리 파격적인 정책을 쏟아 낸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되어 경험하게 되는 모든 변수가 고려대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청년들은 이러한 상황을 영리하게도 잘 알고 있다. 현재의 삶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탕발림의 정책은 통할 리 없다. 현재의 인구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은 무엇인지, 현실에서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세대는 어떤 딜레마를 겪고 있는지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성장과 가족 구성원 모두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요구

이러한 상황에서 평균 자녀 수 2.6명을 자랑하는 청년공동체(경북 청도군 화양읍)가 있어 화제다. 지난 11월 28일 소개한 청도 다로리 마을과 생활권을 함께 하고 있으며, 마을주민의 일부 또한 다로리 마을의 커뮤니티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로리 마을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화양읍에서 만난 배정란 대표(노는 엄마들)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족구성원 모두의 성장 또한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 후 서울에서 맞벌이를 했었어요. 늘 회사 일에 치여서 마음의 여유라고는 전혀 없었죠. 그러던 중 남편을 따라 남편 고향으로 귀농하게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난 것 같아요. 경쟁이 심한 서울에서 힘들게 쌓아 올리는 커리어가 아닌 지역이기 때문에 나만이 쌓아 올릴 수 있는 커리어를 고민하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고, 그렇게 청도에서 아이 셋을 낳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한국 나이로 ‘일곱 살, 다섯 살, 한 살’ 세 딸을 키우며 저는 정말 열심히 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첫째가 동생들을 돌봐주며 일하는 엄마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죠. 서울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상황이에요. 세 아이를 출산한 것도 기적이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 커리어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니까요.”

배정란 대표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고, 초등 교육콘텐츠로 유명한 기업에 다니다가 2016년 청도로 귀농했다.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전업농으로 3년 정도 농사를 배웠다. 농사를 배우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판매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귀농 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서울에서 만큼은 아니었지만 경제적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지역에는 생각보다 온라인 판매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느낀 배정란 대표와 그의 남편은 자신들이 농촌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배정란 대표의 남편은 청도군 신활력플러스사업단에서 일하며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남편이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찾게 되자, 자신 또한 자신만의 커리어를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서울을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시골에는 농사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일단 가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청도에 온지 7년이 되었네요. 지금은 정말 환상적인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7년 새 아이들은 세 명이나 태어났고, 저는 문화기획자로서 저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거든요. 지난 7년은 아이들도 성장했지만 저도 남편도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이 매일매일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

배정란 대표가 청도에 귀농 후 세 아이를 출산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강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가족들의 지지였고, 두 번째는 자녀 양육을 서로 돕는 지역공동체라는 지지기반이었다. 배대표는 지역에 왔을 때부터 또래 여성들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 나선 또래 여성들은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의 굴레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대표는 여성들이 지역이기 때문에 더 많이 고군분투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 했는데, 그 이유는 인프라의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또래 여성들과 함께 부족한 인프라를 함께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구체화된 사건이 2022년 행정안전부의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들의 지지도 있었지만, 지역 곳곳에 숨어 있던 또래 여성들을 찾아 연대시켜 나가며 만들어낸 공동체 활동이 가장 큰 지지기반이 된 것 같아요. 비슷한 환경에 놓인 열 한 명의 또래 여성들이 만들어낸 공동체 지지기반 속에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고, 저마다 하고 싶은 자신의 일을 찾게 되었거든요. 재밌는 점은 2022년 무렵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다섯 명의 아이들이 더 태어났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주로 기획하고 있는 분야는 문화 기획이에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지역이 재미있어지는 사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죠. 대표적으로 온 가족 캠핑(얘들아. 놀자), 숲놀이 캠핑과 같이 가족이 시골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배정란 대표는 지역의 문화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역 인프라가 부족하고 무엇이 불편하고 등의 불평불만 말고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서 나만의 일을 찾는다면 행복은 정말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행복은 지역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더 쉽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멋진 동료들이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어요.”라고 말이다.

저출생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 상황 중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불편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낸 거대한 문제이다. 희미한 성공을 향해 서울로 향했던 젊은이들의 시간들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설계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지워버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양육해야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는지 모른다. 우리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한국 청년들의 현실은 무엇인지, 현실에서 보모라는 존재의 실제 모습은 어떠한지 탐색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배정란 대표의 사례는 심각한 저출생 상황에서 우리사회가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할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박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