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발톱이 드러날 때
[달구벌아침] 발톱이 드러날 때
  • 승인 2024.01.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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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혹자는 말한다. '사람은 밑바닥에 갔을 때 진짜 자기 모습이 나온다'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사람이 진짜 자기 모습을 보일 때는 밑바닥이 아니라, 높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좋은 자리, 편안한 자리에 갔을 때 자기의 본모습을 더 쉽게 드러내게 되어 있다.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잘되었을 때, 편안한 자리에 갔을 때의 모습을 봐야 한다. 그때 그의 발톱이 드러난다.

사업을 할 때도 그렇다. 힘들 때는 사람들은 자기 본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 남에게 잘 보여야 하고, 좋은 인상을 줘야 사업 파트너가 곁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발톱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동업 때도 마찬가지다. 동업초기, 힘들 때는 다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격려하며 힘듦을 이겨내 나간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가고, 수익이 나면서부터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러한 이유가 바로 각자가 가진 발톱 때문이다.

사람은 낮은 자리에 있을 때는 실제 자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잘 보이기 위함과 무언가를 얻어내야 함의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의 진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즉, 발톱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발톱을 숨길 필요가 없을 때 그 사람은 실제 자기 발톱을 드러낸다. 그때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대는 상처를 입게 된다. 약자도 발톱이 있다. 다만 그걸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일부러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마치 발톱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들은 믿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유리한 자리에 갔을 때 발톱은 드러난다.

나 또한 약자들의 발톱에 상처가 난 적이 제법 된다. 약할 때 나에게 보인 그 모습이 그들의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내 나름의 도움을 그들에게 주었다. 나의 도움을 받아 그들은 어느 순간 여유가 생기고 힘을 갖게 되니까 이제 나에게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깜짝 놀랄 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게 원래 자기 모습이기 때문에 달라진 자기 모습을 잘 모른다. 도리어 나보고 '너 왜 그러냐?'라고 큰소리를 친다. 자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원래 자기의 본모습 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뭐가 달라졌다는 것이지?'라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사람은 약자일 때 보다 강자일 때 자기 본모습이 쉽게 나온다. 왜 그런고 하면 강자가 되면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게 되고, 자연스러운 자기 모습이 나오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남눈치 볼 일이 없다는 거다. 인간관계학에는 '웨이터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법칙은 웨이터와 같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의 본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남자가 자기 자신을 너무 잘해주어서 너무나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는 남자와 데이트를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 남자의 의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서빙을 하는 직원이 작은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 실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싸 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직원을 사람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심하게 꾸짖고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자기한테는 자상한 모습과, 실수한 직원을 대하는 무례한 모습 중 어떤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고민에 빠졌다.

그날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와서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중에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딸의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딸아, 네가 만나는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까 혼란스럽구나. 아빠가 볼 때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은 너를 대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 직원을 대하는 모습 같구나. 너를 만날 때 보인 그의 모습은 '만들어진 모습' '목적이 있는 모습'이란다. 그래서 그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구나. 하지만 실수한 직원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오랜 시간 몸에 밴 그의 진짜 모습 같구나. 그리고 어느 날 네가 약자가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면 오늘 보았던 직원을 대하는 그의 모습이, 훗날 너를 대하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 두거라."

강자든, 약자든 모두 발톱이 있다. 그래서 발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강자는 발톱으로 아무한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가족을 지키고, 불의와 맞서 싸울 때 발톱을 사용한다. 발톱, 잘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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